매일신문

잔잔한 생음악에 모닥불…속삭이는 연인들

대구의 대표적 유흥가인 황금호텔에서 수성못간 거리.밤이 되면 때아닌 모닥불이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여기에 분위기를 더하는 잔잔한 생음악과 연인들의 속삭임.

80년대 대학가의 추억으로 남겨져 있던 라이브 카페.

시대를 거슬러 '포크 카페'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현재 대구 지역 주변에 있는 포크 카페는 모두 100여개. 올들어서만 두산오거리를 중심으로 20여개가 문을 열어 '포크 거리'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팔공산 주변에 30여개가 성업중이다. 최근엔 영대와 계대 등 대학가까지 번지고 있다.

힙합과 하우스가 판치는 세기말. 왜 다시 '포크 카페' 일까.

"고급스런 분위기와 디지털 음악에 사람들이 싫증을 내는 것 같습니다. 예전을 그리워 하는 향수도 한몫을 했겠죠".

지역 포크카페의 원조로 불리는 '시인과 농부' 홍우흠(41) 사장의 설명이다.

3년전 칠곡 동명 송림사 맞은편에 문을 연 시인과 농부는 원래는 화실.

갈곳 없는 통기타 가수들이 하나둘 모여 노래를 부르다 포크 카페가 됐다.

추억을 이미지로 내세우는 포크카페는 실내 장식이나 이름에서 촌스러움을 고집한다.

황토벽에 나무 탁자. 그리고 장작과 촛불. 앵두나무 우물가, 옛날 옛적에, 댕기머리 등 이름도 고전적이다. 저렴한 가격도 '포크 카페'가 다시 일어나게 된 원인중 하나. 2만원이면 서너명이 즐길 수 있다. 박은철(34)씨는 "조용한 포크송을 들으며 장작불 옆에서 마시는 소주맛은 비교할 곳이 없다"며 "요즘은 직장 회식도 포크 카페에서 한다"고 했다.나이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것도 장점.

20대 연인에서 50대까지 누구나 자리 한칸을 차지 할수 있다.

지역 통기타 가수들의 모임인 어쿠스틱 최재관(32) 회장는 "포크 카페는 하나의 무대"라며 "부담없이 가수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팔공산 자락에서 동성로 한복판까지. 오늘도 해가지면 장작불 연기를 타고 기타 선율이 퍼져나간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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