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테너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한국에서도 조금씩 감지돼 온 카운터 테너 열기는 이제 음반에 대한 관심을 넘어 외국인 카운터 테너 초청 연주, 국내 레코딩 등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적인 목소리로 묘한 호소력을 뿜어내는 이 가수들이 카스트라토의 전성기였던 바로크 시대의 원전연주에서 탈피, 현대 음악·상업 음악에 이르기까지 무한대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대구문예회관에서 열린 대구현대음악제는 카운터 테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외국인 카운터 테너가 최초로 국내무대에 섰을 뿐만 아니라 현대음악과의 접목이 시도됐기 때문이다. 브라질 출신의 카운터 테너로 현재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루이즈 알베스 다 실바는 마지막 무대에서 스위스 출신 작곡가 안드레아스 스탈의 '우리는 샤론을 부릅니다. 그러나 그는 오지 않습니다'이란 기이한 제목의 곡을 연주했다. '우리는 샤론을…'은 특별한 멜로디 라인 없이 사람과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의 한계를 실험하는 난해한 현대음악. 각각 이승과 저승을 표현하기 위한 묵직한 중저음과 고음 피아니시모는 바리톤과 소프라노의 음역을 동시에 아우르는 카운터 테너가 아니고선 불가능했다.
국내파 카운터 테너 앨범도 곧 출반될 전망이다. 지난 93년 국내 최초로 카운터 테너의 개념을 도입, 독창회를 열었던 이철수(경북대 강사)씨는 올가을 출반을 목표로 레코딩 작업을 준비중이다. 이씨는 "93년 당시만 해도 카운터 테너라고 하면 거세한 남자 가수인 카스트라토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제 카운터 테너를 이용한 음악영역 확장과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침체에 놓인 클래식 음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거부할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세대 카운터 테너의 선두주자인 안드레아스 숄의 노래는 국내 모 자동차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있다. 숄을 비롯한 '카운터 테너 빅3'의 전세계적인 인기는 기존 '빅3 테너'에 못지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공주' 주제가를 불러 유명해진 메라 요시카츠 등 동양권 카운터 테너의 약진도 두드러 진다. 현재 유럽과 미국에선 원래 카스트라토를 위해 쓰여졌으나 18세기 이후 알토와 메조소프라노가 대신해 오던 오페라 배역이나 합창 성부를 카운터 테너들이 되찾고 있다. 일과성으로 그칠 것 같지 않은 카운터 테너 열기는 21세기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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