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신뢰회복 운동에 '내 탓이오'라는 캠페인이 있다. 지난 90년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10년째. 사회적으로 만연된 불신과 갈등이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서 비롯됐기에 자기반성으로 이 시대의 어둠을 뛰어 넘자는 운동이었다. 당시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직접 자신의 승용차에 이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 로버트 버드상원의원(82)이 최근 직접 운전을 하다 한국인 차량 뒷부분을 들이받아 딱지를 떼이고 파출소까지 연행됐다. 그렇지만 경찰이 되레 면책특권을 들어 딱지를 회수하고 석방했다. 버드의원은 며칠후 딱지를 다시 되돌려 받고는 교통법규위반 사범재판소에까지 출두해 재판을 받았다. 상원의원에 부여된 면책특권을 행사하지 않은것이다. 그는 7선의 관록에다 알아주는 헌법학자다. 지난 58년 처음 상원의원에 당선된후 지금까지 원칙에 철저했다는 그는 그래서 상원의 '양심'으로 통한다고 한다. 과연 '원칙'은 무엇인가. 그런 원칙도 실상은 내탓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일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조금만 힘이 있어도 그 힘을 못써먹어 애간장이 탄다. 집권당의 어느 지구당위원장은 상습적으로 전기료를 체납하고 차기름까지 외상이다. 대구시내 일부 기초의원들중에는 교통사고 내고 뺑소니치는가 하면 세금 안내고 버티기나 임금체불 정도는 예사다. 하물며 더 큰 권력기관으로 올라가면 그 판은 더욱 요지경일 것이 뻔하다. 밭을 갈던 농부 곁으로 토끼 한마리가 쏜살같이 뛰어가다 밭 가의 큰 나무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농부는 힘 하나 들이지 않고 토끼 한 마리를 얻었다. 그 날부터 농부는 일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 큰 나무 아래서 토끼를 기다렸다. 밭은 묵어 갔지만 두 번 다시 토끼는 나무에 부딪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원칙이 무시된 권력은 토끼를 기다리는 농부의 그 '기다림'과 하등 다를바가 없다. 버드의원의 방한을 추진했으면 싶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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