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신당설과 3당 합당

또다시 합당을 넘은 신당 창당설이 들끓고 있다. 무한 정계개편이라고도 하고 '2여+α'라고도 한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로서는 구경할 도리 밖에 없다. 다만 이들은 강산이 한 번 정도 바뀔 정도의 세월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다.지금부터 9년 하고도 6개월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국민들은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김종필 두 야당 총재가 나란히 서서 3당 통합을 선언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본 적이 있다. 바로 민주자유당 창당이었다. 당시 김대중 현 대통령만 왕따를 당했다.

그리고 4년 뒤 JP는 YS계의 고사작전에 항거해 민자당을 탈당,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함으로써 사실상 3당 합당은 붕괴됐다. 간판도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꿔 달았다. 이 기간 중 민자당은 92년 대선에서 YS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나 3당 세력의 '화학적' 결합은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

민자당의 후신인 지금의 한나라당 내에는 당시 합당의 주역들은 대부분 이탈, 낙오해 객체들만 남아 있다. 여기에 더 문제를 야기시킨 것이 이른바 재야세력의 합류였다. '한지붕 세 가족'이라는 조소를 듣고 있던 마당에 이들까지 합류시켜 극좌에서 극우까지 총천연색 인적구성이라는 덧칠을 한 것이다. 이들이 계파라는 이름으로 합쳐지지 못하고 한 지붕 밑에서 소 닭 보듯 하며 으르렁대는 것은 과거 합당과 무차별적인 인적구성의 부작용에 다름 아니다.

시선을 다시 현재로 되돌려 보자. 구중심처나 접근조차 어려운 '모처'에 가보지 못하고 권력 핵심 인사 몇몇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국민들에게 대통합의 정치라는 설명은 피부에 와 닿을 수 없다. 또 지금과 과거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다. 그렇다고 새 천년을 맞이하기 위한 '뉴 밀레니엄 정치'라는 거창한 수식어는 더욱 생소하다.

그보다는 권력의 유지, 집권의 연장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것이라는 '구시대적'설명이 더 호소력 있게 들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그 생각을 표로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권력자들이 자신들에게 그랬던 것 처럼 이들도 과거에 그랬으니까.

그렇다면 해답은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이 합당 내지 신당 창당을 불가피하게 했으며 야합이라는 비난을 받던 '과거지사'와는 무엇이 다른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길이 먼저다. 이게 안된다면 그만두는 것이 정답이다.

이동관(정치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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