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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사는 사람들은 평소에 차(茶)를 많이 마신다. 올 여름에는 일우스님이 연향차(蓮香茶)를 보내 주어서 맛있게 마시고 있다. 연향차는 녹차의 차가운 성질을 따뜻하게 감싸안은 듯한 연꽃의 향기가 그 맛에 스며있는 향기로운 차이다.

여름이지만 따뜻한 연향차 한 잔은 감미로운 만남처럼 더위를 식힌다. 보통차가 연꽃의 향기를 머금기 위해서는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전통 방식으로는 차 잎을 한지에 싸서 저녁에 연꽃의 봉오리가 오므라들때 그 속에 넣는다. 그리고 아침 일찍 연꽃잎이 활짝 필 때 꺼내 와서 따뜻한 온돌방에 펴서 말린다. 이것을 저녁이 되면 다시 넣고 아침에 꺼내고…. 이러기를 아홉 번 반복한 후에 차를 품은 꽃봉오리째 꺾어 와서 말린 것이 연향차이다.

바쁜 세상살이의 눈으로 볼 때, 차 한잔 마시겠다고 이런 번거로움을 이겨내는 것이 지나치게 한가로워 보일지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아홉 번 보다는 처음 넣은 후에 꺾어 봉오리째 냉동보관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향차를 한 잔 마셔보면 아홉 번의 수고로움과 정성이 차의 맛과 향기에 가득 배어 있어 횟수의 차이가 혀끝으로 느껴진다. 그 때 아홉 번을 품은 정성은 단지 차를 만드는 과정이기 보다는 삶을 가꾸어 가는 아름다움으로 소중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도 이렇듯 정성을 기울여야 향과 맛이 제대로 난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때로는 별 일 아닌 것에 시비하고, 사라질 것에 집착하고, 우두커니 부러워하고, 아둥바둥 다투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인생의 맛과 향기가 배어 있으니 온 정성을 기울일 밖에.

인생에 있어 당신과 내가 소중히 여기는 바가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내 삶은 나와 인연있는 이들을 향도 맛도 아름답도록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정성을 다해야겠다.

오늘 고마운 이들에게 한장의 편지를 쓰면서 내 인생의 맛과 향기가 어떠한지 음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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