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상황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날 선 목소리로 문단 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시인 김정란. 풍자와 반어, 쓴 웃음을 자아내는 말놀음 같은 시로 '오늘의 작가상' 본심에서 경합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끈 소설가 백주은. 두 여성의 시집이 나란히 출간돼 독자들에게 시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김정란(상지대 교수)씨의 '스타카토 내 영혼'(문예중앙 펴냄)은 시인이 20, 30대 젊은 시절에 쓴 미발표시들을 묶은 시집. 70, 80년대 무자비한 억압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경험한 고통과 분노, 좌절을 투영시킨 시들이 담겨 있다. 정치적인 성향의 시들과 악마주의적이거나 탐미적 경향의 시들, 종교적이고 새로운 영성을 갈구하는 경향의 시 등 다양하다. 한때 시인에 의해 한켠으로 물려져 있던 이 시들은 지나버린 세월과 세계, 시인 자신의 내적 상황을 다양하게 투사해낸다. 시집을 내면서 시인은 "젊은 날, 언어의 순결성에 대한 믿음에 근거해 씌어진 이 시들은 자기 존재의 증명"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소설과 시나리오, 방송평론에다 시까지 글쓰기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백주은씨의 등단시집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민음사 펴냄)는 입심좋은 장광설과 부산스런 너스레가 오히려 솔직하다. '만약/ 사랑이/ 초속 33미터로/ 거세게 불어닥친다면/ 당신은/ 지상에서/ 영영 사라질 수도 있으니/ 부디 유의하시압'('사랑 주의보'에서)
시집에 실린 56편의 시들은 가벼운 잡담이나 철 지난 유행가 같다. 조리없이 좌충우돌하는 독백같고, 때론 말더듬이의 수업같기도 하다. 하지만 경쾌함과 탄력을 앞세워 자유자재로 시를 몰아가는 힘에서 독자들의 호흡을 가쁘게 만든다. 시인이 뽑아내는 요설의 거미줄은 가볍고 탄력있게, 하잘 것 없는 일상주변을 맴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삶의 남루함을 꼼짝못하게 옭아매 겉으로 드러내고야 만다. 경쾌함 뒤에 감춰진 검은 페이소스를 주목해 읽어야 한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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