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축이야기(6)-도시의 표정

도시의 이미지와 특성은 건축물과 건축물들로 구성되는 가로 및 시설공간으로 표현되며, 그 도시의 고유한 문화·역사의 깊이·발전과 변화까지도 나타낸다.

도시의 세계화, 섬유패션도시, 밀레니엄, 지방자치화 등의 시대상황에서 지역적 특성을 내세울 수 있는 도시공간의 특성화, 상징성을 정립하는 것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보겠다.

대구는 서울과 같이 풍수지리적 자연요건을 조화롭게 갖춘 도시가 아니며, 뉴욕·파리와 같이 체계화된 계획도시가 아니다. 과거 대구읍성에서 시작돼 동서남북 4개 관문을 중심으로 단조롭게만 확산된 오늘의 대구를 어떤 관점으로 특성화 시킬 것이며, 국내외의 타 도시들과는 다른 상징성을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 도시의 숨결(역사·흐름·공존)과 도시의 표정(건물·공간·시설)에 대한 올바른 인식, 그리고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중요하겠다.

◇진입(Approach)

외부인들이 대구를 처음 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것은 어디서부터 일까?

공항건축과 시설공간의 이미지에서부터 시내 진입로의 가로환경과 건축물, 동대구역 주변 교통환승 분위기와 동대구로의 가로수 및 건물 미관,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진입 경관과 신천 순환도로변의 경관, 가로변 건물 미관과 가로수 간판·전신주까지 첫 느낌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정리된 도시경관과 계획된 특정 경관에서는 도시의 진취성·미래성 까지도 읽혀질 것이다.

◇도시축(Urban Axis)

도시축은 도시의 상징이자 인프라이며 이동과 흐름, 발전과 융성, 활동과 활기를 나타낸다. 세계적 도시들은 상징적 건축물 또는 공간을 중심으로 연계된 강력한 중심가로의 축을 가진다.

파리의 과거 궁전인 루브르 박물관에서부터 영광의 상징 개선문을 중심으로 신도시 라데팡스까지의 도시축은 파리의 표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개선문 광장 샹젤리제 거리는 지난 월드컵 화면에서도 나타나듯 축제와 행사의 장으로 시민 중심 공간이 되기도 하며, 이는 비단 차량 동선만을 위주로 형성된 것은 아니다.

대구는 동대구로의 중심인 범어로터리와 시가지 중심인 반월당 사거리를 연결하며 동서방향으로 확장되는 축을 형성하고 있으나 교통흐름의 동선일 뿐 광장·공원·공공시설과의 연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향후 이전될 대구시 청사는 상징적 위상의 조형성과 아울러 미래지향의 중심축을 아울러 제시하는 계획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상징공간(Symbolic Space)

지역성이 나타나 있는 상징공간을 개발, 가로적 특성으로 발전시켜 문화상품화 하는 것은 공단개발화 못지 않은 가치를 지니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정리된 환경조성은 곧 삶에 풍요로움을 더해줄 것이다.

약전골목은 대구읍성의 발원, 영남제일관문, 약령시 전통의 지역 아이덴티티가 가장 잘 보존된 지역이다. 전통을 현대화하는 건축물 개선, 간판의 이미지화, 휴게 녹지공간, 이벤트 마당, 차량분리 보행위주 계획 등으로 문화와 상업성이 공존하는 특정지구로 국제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소멸해 가는 인교동·북성로 한옥지역, 봉산문화거리, 향교 주변지역을 전통주거와 상업문화 형식이 반영된 지역으로 개선하면 영남문화권의 보존, 도시환경 개선, 문화상품화를 아울러서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동성로, 야시 시장,교동시장, 염매시장, 오래된 상업가로와 골목들에는 삶의 내음과 도시의 향기가 있다. 대형 마트, 백화점, 고층건물의 잠식에서 보호될 뿐 아니라 특성화된 상징거리로서 생명력을 갖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수성못의 수변(水邊)경관과 함께 작은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시키는 들안길·못둑길의 장소성에도 관심을 가져 건축물과 가로공간 조성방안을 설정, 타도시에 없는 특성화, 외부인들이 찾는 거리문화로의 정착을 구상해 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최 상 대(건축가·한터건축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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