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벤처신화 만들자(2)-전략없는 대구시 벤처 정책

벤처 육성을 위한 지자체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경기도는 오는 10월 외자유치와 결합시킨 대규모 벤처박람회를 추진 중이다. 부산시는 2001년까지 정부자금 50억원을 포함한 25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002년까지 25개 구 전체에 벤처보육시설을 갖추고 800~1천개의 벤처기업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이같은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대구시의 특화된 중장기 벤처 육성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역 벤처인들은 "현재의 전략으로는 대구가 벤처조차 하청 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던지고 있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된 뒤 정부는 연간 수조원의 자금을 벤처 활성화를 위해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자금 풍년' 속에서도 지역은 혹독한 돈가뭄을 겪고 있다. 대구시가 올해 벤처기업에 직접 지원한 돈은 50억원. 중소기업 구조조정자금 850억여원 중 5.8%에 불과하다. 수도권 1개 '스타벤처'의 투자유치액에도 못미치는 돈이다.

중앙의 지원만 바라는 지자체의 안일한 태도와 지역간 경쟁력은 도외시한 채 나눠주기식 예산 배정을 하는 중앙정부의 결단력 없는 행정이 낳은 결과다. 이런 와중에 특화된 전략도 없이 벤처 육성이란 공염불을 외고 있는 지자체의 정책 공백은 더 커지고 있다.

97년 8월 대구시 벤처산업 육성협의회가 결정한 성서3차 산업단지내 '대구 벤처빌딩' 건립도 2년이 넘도록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대했던 정부 지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다. 올해 대구시의 '벤처기업 종합지원계획'에도 벤처빌딩 건립 추진건이 포함돼 있다. 총예산 390억원 중 건축비 300억원은 중앙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추진방안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적극 지원 요청' 뿐이다.

지난해 대구시는 '벤처기업 육성방안'을 통해 5가지 지역 벤처 육성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가 'U-턴 극대화'다. 벤처빌딩 건립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역외로 빠져나간 지역 출신 벤처를 끌어들이자는 것. 지역 정서와 산업구조, 인프라로 볼 때 자생적인 벤처 육성은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러나 인프라 구축이 시작조차 안된 마당에 U-턴은 공허한 주장일 뿐이다.

곽영길 대구시 첨단산업계장은 "인프라 구축은 당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다. 지역 토박이 벤처에 대한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이 급선무라는 것. 그러나 정작 지역 벤처인들은 공간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보육단계를 졸업한 벤처가 들어갈 곳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타지역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의 자생 벤처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지원은 성공적인가. 시가 내심 자랑하는 지원 정책 중 하나가 '공공벤처펀드' 조성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수백억 규모의 공적 펀드들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지만 지역에 돌아올 몫은 없다는 판단에서 시작된 것이다. 사실 지난해 상반기 창투사 등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지역 벤처는 4개에 그쳤다. 이는 전국 230개 투자유치 벤처기업들 중 1.7%에 불과한 수준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대구벤처펀드'가 조성됐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 시도한 것이었다. 당초 200억원을 예상했던 펀드 규모는 57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나마 펀드 조성 2개월째 자금은 은행에서 잠자고 있다. 자금관리를 맡은 대구창업투자와 기술과 사업성 평가를 맡은 대구테크노파크가 삐걱거린 탓이다. 투자대비 수익률을 우선하는 투자기관과 초기 벤처에 대한 지원성 투자를 요구하는 보육기관의 불협화음 때문이었다.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지역 벤처 지원기관들이 본격적인 사업도 시작하기 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 갈등은 시의 중재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양자간 인식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모처럼 일고 있는 벤처 열기가 사그러들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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