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재벌해체 논리 약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재벌개혁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것은 집권 이후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중점추진해온 재벌정책을 재천명한 것이라할 수있다. 그동안 재벌개혁을 위해 약속한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등 5대원칙을 금년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한 것이라든지,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고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바로잡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 등은 이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다 재벌의 금융지배를 막고 변칙상속을 철저히 막겠다면서 "재벌집단이 아닌 개별기업이 독자적으로 세계 초일류 경쟁력을 갖춰야한다"고 말한 것은 재벌개혁이 사실상 재벌해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전보다 강도높은 발언을 한 것이다.

김대통령의 거듭된 의지표명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경제위기가 재벌들의 방만한 차입경영과 불투명한 선단식 경영 등에 핵심적 원인이 있고 이에대한 개혁없이 국민경제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사실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인식을 같이 한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재벌개혁 표명은 추진진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시점에 의지의 강도를 드러낸데 의미가 있다하겠으나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 때문에 김대통령의 이번 재벌개혁발언에서 재벌해체후 국민경제의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을 풀어주고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온 재벌정책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데 대한 반성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는 하지만 국제시장에서 한국의 재벌들이 가져왔던 장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당장 재벌을 해체할 경우 수출로 경제위기를 타개해야할 입장에 있는 우리로서는 그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한 벤처와 지식산업을 그 대안이라 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은 아직 효과를 거두고 있는 수준이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소수의 선택된 업체를 제외하고는 비록 저금리시대라고하나 과거보다 자금조달이 더 어려운 실정에서 허덕이고 있다.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지방경제는 날이 갈수록 침체일로에 빠져들고있다. 우리경제를 이끌어갈 후속대안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재벌해체에만 속력을 높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재벌개혁의 추진과정에서도 대우사태와 삼성자동차문제, 대한생명의 로비의혹 등이 불거진 것 등은 정부가 제도개혁과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재벌개혁을 추진했다기보다 무리한 압박수단을 동원한데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앞으로의 재벌개혁은 특별히 이점을 유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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