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김현철 변칙납부 문제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의 헌납과 벌금을 구분하지 않는 행위는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현철씨는 대선자금 잔여금 70억원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각서까지 쓴 후 이를 그대로는 이행하지 않고 벌금과 추징금, 세금 등에 43억원 그리고 복지단체 등에 26억원을 기증했다.

이렇게 되자 시민단체와 일반국민들은 이는 변칙사면에 변칙납부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우선 담당 변호사말처럼 벌금·추징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없었느냐 하는 의문이다. 담당 변호사는 97년이후 한솔측이 보관한 70억원에 대한 이자는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으므로 이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설득력이 없다.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으면서도 이자가 있는 예금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철씨는 92년 대선직후 나사본으로부터 대선자금 120억원을 넘겨받은 데다 기업인들로부터 66억원을 받아 총 186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도 능력운운은 설득력이 약하다.

또 현철씨가 국가에 헌납하기로 한 약속을 깨고 자신의 벌금과 세금으로 내 버린 것은 자기반성 없는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대통령선거자금이 현철씨의 개인 돈 일 수 있는가. 우리 정치가 이렇게 타락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렇게 공공적인 자금과 개인자금을 분리할 줄 모르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대선잔금 70억원은 엄연한 불법자금의 성격으로 규정된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국고에 귀속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변칙으로 처리하는 것은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인 것이다.

잘못된 사면이 이렇게 잘못된 납부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법치라는 국가의 기본을 망가뜨렸던 사람이 또다시 헌납약속마저 이렇게 멋대로 해버린다면 이는 전혀 반성이 없었다는 증거이며 따라서 사면의 효과가 전혀 없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헌납과 관련해' 라는 입장발표를 하면서 "이 돈을 소외계층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돈을 헌납하면서 어디에 사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국고에 헌납한 후 국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지금과 같이 한국복지재단 등에 기증해 버린 것은 결과는 같지만 절차와 명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돈이라면 모를까 그게 어디 자기 돈인가. 어느 국민의 말처럼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귀족국가가 아니다. 전직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특혜를 주니 또 하나의 특권의식이 발로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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