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방송유감

요즈음 텔레비전을 켜면 온통 연예인 투성이다.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가요프로그램과 다양한 계층의 인기를 끄는 드라마는 어차피 가수나 연기자와 같은 연예인들의 몫이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출연자와 사회자가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나 다양한 문제를 맞추는 퀴즈 프로그램 및 옛추억을 되새기면서 설레는 가슴으로 어린 시절의 향수어린 첫사랑을 찾아 보는 프로그램은 물론, 심지어 신변잡사를 다루는 정보매거진류의 프로그램과 같은, 연예인들이 나오지 않아도 됨직한 프로그램까지도 온통 연예인으로 채워진다. 매일 같은 얼굴을 보아야 하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식상함을 느낄만도 할 터이다. 연예인이 아니면 기껏해야 유명세를 타는 교수들이나 정치인들이 털레비전에 나오는 것이 고작이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다른 프로그램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특히 내가 싫어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공교롭게도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이 프로그램은 고되고 힘든 일을 하룻동안 체험하고 이 하루 체험의 기록을 보면서 출연진들이 그 당시에 힘들었던 심정을 토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들의 심정 고백을 듣고 있노라면 사선을 넘어 무사히 생환한 사람으로서의 뿌듯함과 불가능한 무언가를 해 냈다는 자부심이 충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심경 토로에 무한한 안타까움과 연민의 정을 보내면서 맞장구치는 사회자들의 언설이양념격으로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이름깨나 알려진 공인들이 고된 일을 체험함으로써 육체적으로 험난한 일을 하는 민초들의 힘겨운 삶을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좋은 일면이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삶을 위하여 하루도 빠짐없이 그일을 해내는 수많은 소시민들이 있음을 상기할 때 사회적 공인인 이들의 언설이 너무 오만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심지어 이들의 언행으로부터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윤리적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인기있는 연예인이라고 해서 또는 잘 알려진 명사라고 해서 그사람들이 해야할 일이 정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자칫 고정관념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방송프로그램은 자제되었으면 한다.

영남대교수·매체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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