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의 만남은 이달초 누이동생 집을 다녀오는 길에 이루어졌다.
누이동생은 1년 전 인천에서 운수업을 하다 IMF 파고를 끝내 견디지 못하고 남편을 따라 시가인 경북 청도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있었다. 농사라고는 지어본 경험이 없고 몸도 약한 편인 누이동생이 얼마나 지쳐있고 힘들어 할까 안쓰럽고 걱정스런 마음이었으나, 동생은 뜻밖에 너무나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러나 기분좋고 흐뭇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누이집에 가려고 경부 고속도로 경산IC를 빠져 나와 경산에서 주유를 하고 대금을 지불하면서 지갑을 빠뜨렸다. 한참 후 나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나의 신분을 확인한 후 '혹시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지갑을 분실한 것도 모르고 있는 나에게 우선 지갑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내가 있는 곳을 물었다. 또 그는 자신은 대구와 경산간을 순회하는 시내버스 기사(변광섭.신진좌석 대구70자1251호)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내가 청도의 누이동생집을 다니러 왔던 길이라고 말하자 "지갑은 잘 보관하고 있을테니 편히 지내시다가 돌아가는 길에 전화만 해달라"는 것이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겠다는 것도 고마웠지만, 그 사람의 친절한 말 한마디가 더욱 감격스럽고 고마웠다.
이튿날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를 만났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푸른 제복을 단정히 입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지갑을 건네주며 오히려 내용물에 혹 이상이 있지 않을까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그에게서 나는 새삼 세상사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은 그 도시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이어져, 생전 처음 가본 그 도시가 마치 고향인 듯 푸근하게 다가왔다. 이 기억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의 기억을 갖게 한 경산시의 한 소박한 시민 변광섭씨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박상원(병무청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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