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인색한 터키 지원

터키 지진 피해가 엄청나다. 이미 1만5천여명이 사망했지만 매몰된 사람만 4만명이 넘는다하니 앞으로도 인명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지진피해의 중심 지역인 '이즈미트'시는 터키 경제의 핵심부여서 터키 경제가 다시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라는 암담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터키 정부는 5만명의 군대를 동원, 필사적인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장비와 인력이 모자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처지다. 세계 각국이 2천여명의 구호요원을 파견, 구조작업에 동참하고 있지만 구조의 손길은 턱없이 모자란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우리 정부도 구호의 손길을 보냈지만 그 씀씀이를 보면 너무 인색하 느낌을 지울길 없다.

정부는 터키에 7만달러를 긴급 지원했고 재난구조팀 17명을 파견했지만 과연 우리가 맹방인 터키의 처참한 천재지변에 기껏 이 정도로 지원해서야 될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터키는 6·25전쟁때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인 1개여단을 파병, 우리를 도왔고 지난 57년 수교이래 우리에게 한번도 등을 돌린 일이 없는 영원한 우방이다.

이런 처지에 우리 돈으로 기껏 8천400만원 정도를 내놓고 그나마 구조팀도 지진 발생 4일만인 21일에야 파견, 국제사회로부터 "인명구조팀이 아니라 시체발굴팀"이란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정부가 이처럼 늑장대응할 수밖에 없는 근본원인이 예산부족 때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부예산중 해외 무상원조 예산이 2천800만달러밖에 안되는데다 그나마 대부분이 정상외교(頂上外交) 지원비로 사용됐기 때문에 이번 터키 지진 발생지원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는 정부측 설명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세계가 한 가족처럼 어울려 사는 이 시대에 오랜 우방국의 참상에 정부가 좀더 관심을 기울였어야 옳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실상 터키 지진 발생이래 서울의 터키대사관에는 하루 100여통 이상의 전화가 시민들로부터 쇄도, 우방국이 겪고 있는 고통을 걱정했고 어떤이는 1만달러의 성금을 선뜻 기탁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직원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한다. 결국 '대외(對外) 원조는 돈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투자'라는 말을 국민들이 정부보다 한발 앞서 실천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OECD의 평균 대외원조 예산은 GNP의 0.2% 수준인데 비해 우리는 0.05%밖에 안된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등을 돌리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터키 사태를 계기로 다시한번 성찰해볼 문제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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