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기획 특집 '테마가 있는 음악 여행'을 연재한다. 이별 노래에는 어떤 사연들이 담겨 있을까?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한 클래식 명곡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테마가 있는 음악 여행'은 사랑·이별·계절·전설 등 뚜렷한 테마를 갖고 작곡된 클래식 명곡들과 작곡가의 숨은 뒷 얘기,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음악은 뭘까? 가장 자주 방송되는 음악은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라는 집계가 나와 있지만 실제 연주되는 빈도로 치자면 결혼식장에서 사용되는 '결혼행진곡'과 '축혼행진곡'이 단연 수위를 차지할 것이다. 지난해 36만7천여쌍이 혼인신고를 한 우리나라에서도 신부입장 때는 결혼행진곡이, 신랑·신부의 퇴장 때는 축혼행진곡이 거의 예외 없이 사용됐다.
그러나 신랑감에서부터 웨딩드레스, 결혼날짜, 신혼여행지, 신혼살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까다롭게 고르고 또 고르는 신부들이 아무 생각 없이 결혼행진곡에 맞춰 입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결혼행진곡은 원래 결혼 하루만에 소박을 맞는 신부의 주제가이기 때문이다.
결혼행진곡의 원곡은 바그너가 작곡한 오페라 '로엔그린' 3막에 등장하는 '혼례의 합창(Bridal Chorus)'. 로엔그린의 줄거리는 이렇다. 브라반트 왕국의 계승자인 엘자는 왕위를 노리는 친척들의 계략으로 위기에 몰린다. 이때 백조가 끄는 배를 타고 나타난 신비한 기사가 친척들과 결투 끝에 엘자를 구해낸다. 그러나 기사와 결혼한 엘자의 행복은 하루만에 끝나고 남편은 떠나간다. 신분을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엘자가 결혼 다음날 기사의 이름을 물었던 것이다.
결혼행진곡이 유난히 느리고 장중한 느낌을 주는 것도 신중하지 못한 신부때문에 빚어진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을 알지 못해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서양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결혼축가로 애창되는 '호프만의 뱃노래'만 해도 그렇다.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 노래는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밤'을 노래하는 가사에다 멜로디 역시 밝고 아름답다. 그러나 어쩌랴, 주인공 호프만은 세 번의 사랑에서 모두 실패하는 비운의 운명인 것을.
다행스럽게도 결혼식 대미를 장식하는 '축혼행진곡'의 원전은 해피엔딩이다. 화려한 트럼펫 팡파르가 빠른 템포로 울려퍼지는 이곡은 멘델스존이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바탕으로 작곡한 '한여름밤의 꿈'의 마지막 장면에서 3쌍의 연인이 우여곡절 끝에 한꺼번에 결혼식을 올리는 순간이다. 반전은 없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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