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디지털TV가 책임진다

정보가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가정내 TV, 전화, 냉장고 등이 인터넷과 연결돼 음악, 영상물 소프트웨어 전송, 온라인 쇼핑 등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우유나 식빵이 떨어졌다면 냉장고에 부착된 센서에 이들 포장지 바코드만 문지르면 이튿날 아침 현관 문 앞에 원하는 제품이 배달돼 있다. 일종의 대용량 컴퓨터인 홈서버에 냉난방장치, 보안장비, 각종 가전기기 등을 연결해 놓으면 완벽한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같은 정보가전 시대의 선두주자는 단연 디지털TV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초기 디지털TV 모델의 최대 매력은 고화질과 스테레오 입체음향이다. 주사선 밀도가 기존 TV보다 4배 이상 높기 때문에 고선명(HD)TV로 불리기도 한다. 운동경기를 중계할 경우 흐르는 땀방울과 숨소리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좌우 뿐 아니라 앞뒤도 구분하는 스테레오 입체음은 실제 경기장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현 디지털TV는 기존 브라운관을 사용한다는 최대 약점을 안고 있다. 대형화면을 구현하기도 힘든데다 부피도 엄청나게 차지한다. 그러나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브라운관도 조만간 최근 급부상하는 평판디스플레이 제품군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들 평판디스플레이를 채택한 TV가 진정한 디지털TV인 셈. 여기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얇은 두 판 사이에 액정을 넣은 LCD는 가볍기 때문에 노트북 컴퓨터나 휴대형 오락기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30인치 이상 대형화면을 구현하기 힘든 것이 단점. 얇은 판 사이에 플라즈마를 주입한 PDP는 50인치 이상 대형화면 제품에 사용이 가능하지만 외부 파손 등에 민감한 단점이 있다. 이밖에 전계발광디스플레이(ELD), 전계방출디스플레이(FED), 발광다이오드디스플레이(LED) 등이 있다. 서로 장단점이 있어 벽걸이TV 뿐 아니라 의료, 대형 전광판, 휴대형 컴퓨터 등 전문 분야에 선택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디지털TV가 지니는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고화질, 다채널을 넘어서 상호교류, 즉 인터랙티브(Interactive)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직 이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TV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디지털TV가 나아가야 할 바는 가정용 정보단말기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데이터 형태로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뒤 원할 때 언제라도 재생해 볼 수 있고, 운동경기 시청 도중 궁금한 선수 약력이나 경기 규칙도 문자형태로 받아볼 수 있다. 버튼 하나로 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 정보를 받아보고 쇼파에 앉은 채로 온라인 쇼핑과 대금결제도 가능하다. 단순히 제품 사진과 설명만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현단계의 인터넷 쇼핑과는 차원이 다르다. TV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지 인터넷을 통해 TV프로그램을 보는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최근 외국의 한 인터넷 시장 전문조사업체는 2003년 미국 및 유럽지역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디지털TV를 통해 전자우편을 송수신하고 온라인 쇼핑, 인터넷 뱅킹 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TV 시장규모는 10년 안에 1조달러에 육박, 세계 전자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날로그의 디지털 전환은 과거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뀌는 상황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산업적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201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4억2천500만대의 거대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정부는 2001년부터 국내 디지털방송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일단 수도권 지역은 2001년까지, 광역시 2003년, 도청소재지 2004년, 시·군은 2005년까지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방송 4사와 공동으로 오는 10월부터 서울 관악산 중계소를 통해 디지털TV 시험방송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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