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도청이전' 팔짱낀 경북도

지난달 도청 이전지를 전격 확정한 전라남도는 최근 내년부터 도청 이전에 필요한 도시기반 조성을 위해 1차연도(2000년) 예산으로 5천억원의 국비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모두 2조5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청을 옮길 예정인 전남도는 이중 1조원은 도 자체 예산으로 조달하고, 1조5천억원은 연차적으로 국비지원을 받아 낸다는 계획이다. 전남도가 지원받을 1조5천억원은 경북도 본청 연간 예산 전체와 맞먹는 엄청난 액수. 전남도는 지방정부 지원 규모로는 전례가 없는 이 조(兆)단위의 국비지원을 현정부 임기말까지 앞으로 3년안에 끌어들여 낙후 전남도의 모습을 일신시킨다는 야심찬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경북도는 도청 이전지 확정은 고사하고 아직도 도내 중북부, 동남부, 중서부 등 각 지역 주장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남도청 이전지 확정 이후 들끓는 도내 여론에 밀려 단지 이전지 결정 시한(집행부 차원)만 2001년 상반기까지 미뤄놓고 짐짓 느긋한 표정이다.

하지만 경북도가 정한 이전지 결정시한 바로 다음해인 2002년에는 도지사,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고 다음해인 2003년은 대선이 치러진다. 도청 이전에 대해 평소에도'해도 골치 아프고, 하지 않아도 머리 아픈'이른바'뜨거운 감자'로 인식해온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이해와 직결되는 문제에 어떤 또렷한 해답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당수 도민들이 경북도 결정시한의 시의성(時宜性)에 의문을 갖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남도가 내년도 이전 비용으로 국비 5천억원을 요구했으나 기획예산처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정부가 도청 이전에 그 많은 예산을 쉽게 지원하겠습니까"

도청 이전보다 정부예산 여유를 더 걱정하는 오지랖 넓은 경북도 관계자들. 전남도청 이전지 확정을 부러워하는 도민들에게'남의 밥에 콩이 적더라'는 식의 변명만 늘어 놓고서 세월만 보내는 꼴이다.

도청 이전을 위해 거액의 국비지원을 요청한 전남도와 연내 도청 이전을 목표로 뛰고 있는 충남도에 비해 마냥 팔짱만 끼고 있는 듯한 경북도의 태도에 '제 밥그릇도 찾지 못하는 반편(半偏)'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웅도 경북'의 새천년 맞이는 과연 이래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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