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재벌경제 시대의 종언

25일에 있은 정.재계 간담회는 그동안 혼미를 거듭하던 우리나라의 재벌정책의 기본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바로 그동안 국민적 요구였던 재벌개혁에 대한 정책적 청사진이 완성된 것을 말한다. 이로써 우리경제는 재벌경제시대에서 소위 '대중경제시대'로 넘어가게 되었다.

강도 높은 재벌개혁이어서 개혁이냐 해체냐 하는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정부는 절대로 해체가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해체가 아니라해도 지금과 같은 재벌결속력은 없어지게 되어 있어 사실상 해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말한대로 앞으로의 재벌은 '느슨한 기업연합'의 형태로 된다면 이제는 재벌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 재벌은 영어로는 트러스트나 콘체른, 콘그러머리트 등으로 쓰이나 한국적 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해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이유로 영어로도 그냥 재벌로 쓰여 왔다. 그러므로 이제 외국과 같은 형태의 기업집단이 된다면 당연히 재벌이라는 용어도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어떻든 앞으로 재벌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과 역할을 하게 되었다. 개혁을 위한 5대과제에서 지난 8.15경축사에서 3대과제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재벌은 선단식 경영에서 개별기업경영으로, 차입경영에서 건실경영으로, 재벌총수의 황제적 결정은 사외이사제 등을 통해 안정적 결정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안개식 경영은 투명경영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한마디로 그동안 노증되었던 재벌경영의 폐해가 한꺼번에 지워지는 효과를 보게 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과연 재벌경제를 보통경제로 바꾸는 데 따른 부작용과 충격은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연구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까지 걱정을 해온 것은 재벌이 없어지면 무슨 기업이 이를 대신 할 것이냐 하는 소위 재벌기관차론에 대한 대응이다. 그리고 선단식 경영의 장점은 기술과 자본의 부족을 이러한 선단이라는 벌떼작전으로 메워 왔는 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리고 경제의 자립성에도 문제는 있을 수 있다. 가령 삼성 반도체가 세계를 제패하는 데는 10년간의 적자시기를 겪었다. 앞으로 개별기업형태로 된다면 10년간 적자를 감내할 기업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독립적인 기술이나 경제적 우위를 노리는 장기투자는 어렵게 되었다. 또 사외이사 등은 안정경영에는 도움이 되나 의사결정의 신속성이라는 스피드면에서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예상 할 수 있는 충격이나 부작용에 대한 사전 준비도 철저해야 우리경제가 소프트랜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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