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핵심 못벗긴 3일 신문

국회 법사위가 사흘간 연 '옷 로비 청문회'는 진실을 규명하기 보다는 의혹만 부풀려 놓은 채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청문회 막바지에는 국회 및 여.야 정당으로 진실규명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으며 특검제 도입을 통한 재수사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여.야 의원들은 의정사상 처음으로 핵심 증인의 대질신문까지 벌였지만 증인들의 상반된 진술만 되풀이 듣는데 그치고 말았다. 핵심 사안의 일부분에 있어서는 "진실은 이것일 수 있다"는 심증을 남기기도 했으나 청문회는 끝내 진실 확인은 실패한 채 당초 우려대로 말잔치만 이어졌다.

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씨를 비롯 김태정 전법무장관 부인 연정희.강인덕 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라스포사사장 정일순씨 등 주요 증인들은 "과연 고급 옷을 매개로 로비가 있었느냐"는데 대해 엇갈린 주장을 폈다. △모피코트 로비 여부 △2천200만원의 옷값 대납요구 △연씨의 수사기밀 누출 여부 △모피코트의 전달시기와 과정 △사건 노출 이후 자술서 작성 강요 등 협박 여부 △관계당국의 내사착수 시기와 진술내용 등 핵심사안은 어느 것 하나 밝히지 못한 청문회였다. 이에 따라 특검제를 도입,일부 증인들의 위증에 대한 고발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청문회의 진실규명 실패는 법무부 및 검찰과 경찰 등 사정당국이 국회의 수사자료 제출 요구의 불응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수사자료와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 채 이미 확인된 사실만으로 시작한 의원들의 진실규명 작업은 애초부터 한계가 예상됐었고 청문회 결과 의원들의 자질과 노력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증인신문은 포기한 채 아예 신문시간을 증인에게 해명 기회로 할애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일부 여당 의원들은 특정 증인을 노골적으로 감싸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의원 스스로 핵심이 무엇인지를 숙지하지 못한 채 장황한 설명과 주장만 나열하는가 하면 재탕 삼탕의 질문이 되풀이됐다.이에 따라 사전준비는 소홀한 채 의욕만 앞세운 의원들의 말잔치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특히 청문회 막바지 국민들의 비난과 항의가 정치권으로 빗발쳤다. 상식에 어긋난 증언을 질타하는가 하면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맴도는 의원들의 자질을 비난했다.

한나라당 이사철 대변인은 "국회 청문회는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주고 말았다"고 전제한 뒤 "특검제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시킨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김현미 부대변인은 "진실을 규명하자는 청문회인지 의혹을 키우고 만들자는 청문회인지 분간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은 실체규명보다는 정략적 이용에 급급했다"고 비난했다.

徐泳瓘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