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른 교육관 학교 운영 교장선생님 퇴임 축하

28일은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정년퇴임한 날이다. 교장선생님은 내가 이 학교에 부임하던 해에 함께 오셨다. 3년 반을 모셨다.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떠나시는 모습을 뵈니 섭섭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학생으로서 학교에 다닐때는 담임선생님이나 교과선생님이 관심의 전부였을뿐,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은 전혀 기억에 없다. 이름뿐만 아니라 얼굴까지도.... 내가 교사가 되고 나서, 한 학교에서 교장· 교감선생님의 교육관이 그 학교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제 아무리 유능하고 학생을 사랑하는 교사라 할지라도 성적지상주의, 출세제일주의의 교장을 만나면 많은 벽에 부딪히면서 끝내 교육에 대한 열정도 식어 버린다. 학생이 어떤 교사를 만나는가가 중요하다면 교사와 교장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올해로 나는 교단 경력 10년을 맞는다. 지금의 교육체제 아래서 참된 교사가 되는 것도 어려웠지만 바른 교육관을 가진 교장선생님을 만나기도 힘들었다. 이 학교에 부임해서 첫 교무회의 시간에 들었던 교장선생님의 훈화가 생각난다.

"학생들에게 인사하는 습관을 가르치려면 선생님들이 먼저 인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때의 교육청 캠페인이 '먼저 인사합시다'였던 만큼 교장 선생님의 그 훈화는 의례적인 것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 말은 내 가슴에 와 닿았다. 방학 전날 종업식 교무회의 시간엔 방학동안 좀더 건강해지라는 덕담을 잊지 않으셨다. 어쩌면 대수롭지 않은 말과 행동에 내가 너무 감격했는지도 모르겠다. 삭막한 교육계의 풍토속에서 인간미를 가진 관리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 교장 선생님을 모셨다는 걸 복으로 여긴다. 교장선생님의 정년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박영숙(대구관천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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