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말-데미안 톰슨 지음

서구에서는 1천이라는 숫자, 즉 M은 '완전한 숫자'라고 보는 경향이 많다. 신이 역사를 1천년 단위로 나누었다는 이론이 그 바탕이다. 하지만 서구 문명사는 오랫동안 천년기의 의미에 대해 혼동을 겪어왔다.현대인들은 새로운 천년기를 앞두고 불안과 흥분으로 가벼운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언론에서는 이런 상태를 '천년기 이전의 긴장'(Pre-Millennial Tension)이라고 부르고 있는 실정. 과연 새로운 천년과 종말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영국 저널리스트 데미안 톰슨의 '종말'(푸른숲 펴냄)은 2000년에 걸친 기독교 종말론의 역사와 새로운 천년을 앞둔 세기말 전세계 종말신앙의 전개와 실태, 종말론에 빠지는 사람들의 사회적·심리적 원인을 다룬 종교사회학서다. 저자는 천년왕국주의의 역사, 기독교 종말론자들, 세속적인 천년왕국주의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춰 설득력있게 자신의 주장을 풀어나간다.

왜 수백만의 사람들이 아마겟돈을 고대하고 있고, 시대의 끝을 예언하는 성모 마리아의 환영(幻影)이 가톨릭계를 흥분시키며, 뉴 에이지는 지구의 대재앙과 외계인의 메시지에 집착하는가?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천년왕국주의'라는 용어를 들어 답을 내고 있다. 성서 '요한계시록'에서 비롯된 천년왕국주의는 거의 모든 종교사상과 세속적 이념들을 통합하는 계시 신앙. 넓게 보아 마르크스주의와 나치즘도 그 한 형태라는 것. 단선적인 종말론적 시간관을 가진 기독교의 역사관에서 잉태된 이 천년왕국주의는 성(性)에 대한 극단적 태도나 아주 특별한 정체감, 자기 도취적, 독선적, 편집증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천년왕국주의는 전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종말신앙과 연계되고 있다는게 저자의 시각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각 지역의 샤머니즘과 결합,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기독교 근본주의와 2000년을 축제이자 최후 대결의 시간으로 기다리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계시적 역사인식, 뉴에이지와 종말론의 관계 등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특히 저자는 계시적 환상에 사로잡힌 붉은 십자가의 도시 서울에 대해 분석하기도 하고, 국가를 상대로 테러를 감행한 일본의 컬트적 종말론 옴진리교, 정부와 충돌해 비극을 맞은 미국의 천년왕국주의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밀레니엄과 그에 관련된 다양한 개념들이 성립된 과정을 통사적으로 관찰한 이 책은 정통과 이단, 이성과 신비, 통시(通時)와 공시(共時:동시성) 등 대립적 분석틀을 적용해 입체적으로 조명한 점에서 매력이 있다. 과연 종말은 있는가? 지난 10년동안 전세계에서 일어난 중요한 변화를 고찰해 이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저자는 "시간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믿음은 역사를 움직이는 큰 힘"이라고 결론짓는다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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