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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라운드 읽기-정치적 통화로서의 달러

신자유주가 반드시 무제한적인 '자유화'와 '탈규제'를 추구하는 사상 및 정책인 것은 아니다. 미국의 달러화 세력권과 금융 리더십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자유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위기가 동아시아를 휩쓸었던 지난 97년 하반기 일본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과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창설하려다가 미국과 IMF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한 사례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미국 달러화는 지난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에서 금 1온스당 35달러로 정하고 다른나라 통화를 달러화에 일정한 비율로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기축통화가 됐다. 이에 따라 달러화는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무역결제, 자본거래시 통용되는 가장 안전하고 강력한 통화로 간주돼 왔다.문제는 달러화가 단순하게 국제무역의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수준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적 도구로 발전하고 있으며, 미국의 이해가 다른 나라와 상반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7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된 세계적 불황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돈이 월스트리트로 몰려와 미국의 발전된 금융기법과 결합하면서 달러화는 정치적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IMF사태 이후 한국이 경험한 것처럼 미국은 '달러'와 '자본 자유화' 압력을 무기로 교역 상대국에게 시장개방, 규제완화와 함께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구조조정 및 시스템 개편을 요구,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다.

그러나 EU(유럽연합)가 2002년 통화 통합을 목표로 올해부터 유로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일본도 AMF 구상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다음 세기엔 세계 3극(미국-일본-유럽)간의 통화전쟁이 치열한 모습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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