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뇌부 어제 연쇄회동

합당문제로 미묘한 갈등양상을 보여온 여권 수뇌부가 14일 연쇄회동을 통해 일단 갈등을 봉합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또 DJP가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합당반대론에 손을 들어줌에 따라 2여 합당론도 당분간은 수면하에 들어가게 됐다.

총리공관에서 비공개리에 열린 김종필(金鍾泌)총리와 박총재간의 오찬회동은 양자간의 최근 신경전 때문에 초미의 관심을 모았지만 예상과 달리 박총재의 완승으로 끝났다. 박총재의 합당반대론이 먹혀들어 간 것이다. 박총재는 이날 회동에서 보수 정체성 확보를 위해 자민련을 살려야 한다는 점과 합당은 영남지역을 버리는 것이라는 점 두가지를 집중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총리는 "당에 합당론자도 있으니 자민련을 살리는 데 이견이 없도록 당론을 만들어 달라"고 박총재에게 말했다고 총재 측은 전했다.

회동 후 공덕동 개인사무실로 돌아온 박총재는 곧바로 후속조치를 서두르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 조영장 비서실장과 김현욱 사무총장을 불러 "합당론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원내외 위원장에게 잘 설명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곧바로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을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에서도 박총재의 입장은 그대로 관철된 듯하다. 주례회동 브리핑에서 자민련 이양희 대변인은 "중선거구제 도입문제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총재와 달리 김총리 측의 입장은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회동 후 김총리 측은 "연말까지 당론을 완전히 굳혀서 자민련의 길을 간다"고만 발표했다. 박총재가 합당반대를 기정사실화하는 것과는 달리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에만 그친 것이다. 또 김총리가 박총재와의 회동을 통해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단 이날 회동에서 박총재의 손을 들어준 것도 지금은 박총재와 마찰을 일으킬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날 회동에서 박총재의 합당반대론이 먹혀들었다고 하더라도 불씨는 여전하다는 게 공통된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