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에게 역정나서 개배때기 걷어찬다'고 한다. 어른에게 내놓고 대들지는 못하고 끓어오르는 심화(心火)를 못이겨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며느리들의 심사다. 그러나 이젠 세계의 시어머니, 미국때문에 눈치만 살폈던 러시아.중국 등이 더 이상 죄없는 개 배를 걷어차지 않아도 될일이 생겼다. 미국상원이 핵실험전면금지조약(CTBT)을 부결시키는 바람에 이미 핵능력을 보유했거나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진 44개 의무비준국들도 미국에 삿대질을 할 명분을 챙겼다. 부결을 주도한 공화당 의원들의 명분은 놀랍게도 이 조약이 미국의 안보를 해칠 것이라는 것이다. 핵실험을 준비하는 나라들의 명분 역시 자국의 안보를 위한 것에 다름아니니 미상불 기이하기는 하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여야간의 당리당략 때문인 셈인데 아무튼 세계의 경찰노릇을 해왔던 미국 원맨쇼의 한계를 본 느낌이다.핵실험전면금지조약은 96년 9월, 미국의 주도로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핵 보유국이든 비핵국가이든 더 이상의 핵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조약을 체결하도록 요구받은 것. 핵자주권이란 개념을 떠올리면 먼저 개발한 나라들은 기득권을 향유하지만 미개발국들에겐 대단한 불평등요인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 갖가지 명분을 내세워 아직 비준을 하지 않고있는 중국,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과 이미 핵실험에 성공한 인도, 파키스탄 등 핵실험경쟁에 들어간 나라들의 추가실험을 무슨 수로 미국이 제지할 수 있을지 두고 볼일이다. 더욱 모양이 우스운 것은 핵무기 개발 우려가 높은 북한은 조약의 참여의사 표시인 서명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저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갖가지 노력들은 국제법상의 근거조차 얻지 못할 지경에 있다. 우리처럼 일찌감치 비준한 26개국들은 벌레씹은 모양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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