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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입논술-19차 문제

다음은 최인훈의 소설 '회색인'에서 뽑은 글이다. 이 글로부터 우리 문화와 관련된 문제들을 유추하여 지적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어느 날 저녁에 독고준은 자기 방에서 달이 지난 미국 잡지 '애틀랜틱'을 읽고 있었다. 아프리카 특집인 그 호를 읽으면서 준은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거기에는 아프리카 사회의 여러 문제를 다루면서, 아프리카의 조각도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 작가의 단편도 실려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 명물인 정글의 짐승들의 수가 점점 줄어간다는 기사는 아주 착잡한 감정을 자아냈다. 다른 글과 모두어서 읽어볼 때, 거기에는 '새 아프리카'가 있었다. 준의 머리 속에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대체로 사자와 코끼리가 걸어다니고 흰 수렵 모자를 쓴 백인 탐험가가 총을 들고 걸어가는 앞뒤로 활과 창을 가진 토인들이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잡지에 따르면 백인들은 사냥만 한 것도 아니고 토인들도 맨발벗고 사냥 안내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스탠리와 리빙스턴 그리고 슈바이처와 헤밍웨이의 아프리카도 아니고 아프리카인의 아프리카였다. 서구의 문명과 침공을 받고 괴로워하면서, 자기 조종을 하고 있는 역사 있는 전통 사회의 모습이었다. 낡은 것과 새 것, 애착과 결의, 해체되어 가는 가족 제도와 도시인의 고독, 전통 종교와 기독교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사회가 있었다. 준은 어떤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아프리카상(像)은 서양 사람들의 눈에 비친 것이었다. 영화와 소설과 신문이 제공한 그 이미지들은 그렇게 이해성이 없고 무책임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프리카 작가의 손으로 된 짤막한 단편 소설에는 사랑이 있었다. 여행자로서는 결코 지닐 수 없는 그 공간에 발붙인 사랑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 독고준이었다. 거기에는 대륙과 대륙을 넘어선 공감이 있었다. 아프리카를 다룬 어느 서양 사람의 소설에도 느끼지 못한 동시대성을 느끼는 것이었다. 여덟 페이지에 실린 아프리카 조각사진의 곁에는, 피카소의 '댄서' 라는 작품을 실어 놓고 놀라운 유사성을 보라고 주(註)를 달고 있다. 피카소가 이 조각을 보았을까? 혹은 우연의 일치일까? 페이지마다 넘기면서 본 그것은 이십 세기 서양 미술의 원형(原形)에 틀림없었다. 그는 요 먼저 미술사를 읽을 때 그런 대목을 읽은 것 같았다. 준의 머리는 헷갈려졌다. 아프리카의 경우 이것은 전통이다. 서양에서는 같은 내용이 전위(前衛)가 된다. 그는 본문을 읽어보았다. 거기에 필자는 쓰고 있었다. 피카소, 브라크, 블라맹크, 마티스가 니그로 예술에서 색채와 구성과 환상을 얻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의 현대 화가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반대로 그들은 다빈치와 루벤스에게서 색채의 원근법과 환상을 받고 있을까? 희극이다. 그러나 약간은 비극적인 희극이다. 그러나 독고준이 더 씁쓸하게 생각한 것은, 한국 사람인 자기가 서양 미술사의 시점에서 이 이방(異邦)의 미술품에 놀라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서양 사람처럼, 이러한 기묘한 인식의 우회(迂廻), 그것은 물론 나의 책임이 아니다. 몇 세기 전에 서양 사람들이 무슨 발광이 나서 아프리카에 갔던 김에 그 곳의 미술품을 갖다가 박물관에 벌여 놓고 그것을 피카소나 누구가 보았다는 것은 내 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잡지의 필자에 의하면, 이처럼 귀중한 아프리카의 민족 예술이 근래에 와서는 씨가 마르게 되어 있다고 한다. 오늘날 이 예술은 구미 각국에서 오는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지는데, 한결같이 거친 솜씨여서, 살아 있는 아름다움을 볼 수가 없다.이 조각은 무덤에 놓는 것과 종교 의식에 쓰이는 탈 같은 것으로서, 원래 순수한 감상을 위해 제작된 것은 아니라 한다. 구라파의 문명이 들어온 이후로 토착 종교와 옛날 관습이 점점 사라져 가는 데 따라서 이들 조각의 원래의 쓸데는 줄어가기 때문에, 공장(工匠)들은 수브니르 숍(기념품 가게)을 위해 제작하지만 그런 작품은 거의 날림이어서 보잘 것이 없다. 구라파식인 유화(油畵)를 하는 아프리카인에게 전통의 계승을 권고하면, 그들은 모욕을 느낀다. 자연히 기왕에 생산된 작품을 보존하는 것이 급한 일인데, 사방에 흩어져 있고 정작 신생 아프리카가 미술관을 차리자면 외국에서 향토의 작품을 사들여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응모요령

글의 길이는 빈칸을 포함하여 1,500자 안팎(±150)이 되게 할 것.

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원고마감 일자=10월 23일(토요일)

우편으로 응모할 경우 봉투 겉면에'제19차 학생 논술 응모'라고 반드시 쓸 것.

△주소=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 2가 71 매일신문 논술 담당자 앞 (우) 700-715

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 166 일신학원 논술 담당자 앞 (우) 700 - 412

학교와 학년, 집 전화번호를 밝힐 것.

당선작은 본지에 강평과 함께 게재.(상장과 부상은 학교로 우송함)

※ PC통신과 인터넷으로도 원고를 접수합니다.

일신학원-ilsin@ils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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