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에세이-김정숙(영남대교수·국사학)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어느 한국 독립운동사 교수님은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일본 놈들이 나라를 삼켰고, 미국 애들이 이들의 무장해제를 제대로 못했고, 한국 사람들은 이의 짐을 지고 살면서…"라면서, 일본놈과 미국애, 한국 사람으로 일관해서 칭하셨다. 시험지 답안을 작성할 때 과연 이 3국 사람들을 어떻게 구사해야 할까를 걱정할 정도로까지. 그 귀절이 귀에 쟁쟁한 내가 일본을 다니게 되었다. 특히 도쿄에.

일본인들이 작고 앙증맞은 것을 잘 만든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화장실에 갔는데, 앞쪽에 아주 작은, 꼭 벼루같은 조선시대 연상같이 생긴 작은 상이 놓여 있었다. 들고 있던 책을 얹으니 여간 편리한 것이 아니었다. 참 작은 공간으로 만들어진 화장실 안에 있는 조그마한 상, 주로 앉는 사람의 눈 앞쪽으로 놓여 있는 이 작은 상을 여러 곳에서 마주쳤다. '놈들'의 나라에서 발견한 이 작은 물건에 대한 착상….

우리나라 여자 화장실 안에도, 대학교 내의 경우에는 무언가 물건을 놓도록 머리 위 편에 작은 선반이 있는 화장실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시내로 나서면은 고속도로 휴게실이나 역이나, 극장안 등등의 화장실에는 물건을 거는 꼭지가 달려 있거나 아예 아무 장치가 없다.

여자의 물품 중에 벽에 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혹시 신문이나 책이라도 한권 손에 쥐고 다녔으면, 이 책을 어떻게 하고 일을 보아야 하는가? 짐은 가방 안에 놓아두고 손지갑만 들고 나온 경우는 어떤가? 손잡이가 달린 핸드백은 걸지 않고 상이나 선반 위에 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걸 수는 없지 않은가? 혹시 휴지걸이와 좌뚜껑을 이용하느라 곡예를 한 경험들은 없으신지.

벽에 거는 못과 작은 선반 두 개를 다 설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하나라면 역시 물건을 놓을 수 있게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화장실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밖에서는 앉지 않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남자들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은 여자들이기 때문에, 생산자가 생각지 못한 점을 꼭 사용자가 지적해야만 하게 된 상황이란 말인가?

이제 여자들도 혼자 먼길을 가고 와야 하는 일들이 차츰 많아지는 세상이라 동행이 있어 화장실 앞에서 소지품을 들고 있으라고 할 기회도 점점 드물어진다. 그렇다면, 이는 작은 일이지만 고려해 볼 수밖에.

공중 화장실에 작은 상을 놓으면, 그것을 사용하고는 각자 집으로 가져갈까봐 설치하지 못한다고 할 시대는 아니리라.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퇴근 후 교사의 SNS 프로필 사진을 문제 삼아 삭제를 요구한 학부모의 행동이 논란이 되고 있으며, 이들은 국민신문고 민원 언급까지 하면서 ...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하며, 180명이 넘는 한국 선원이 이곳에 발 묶여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