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익없는 국민연금

'연금도 제대로 못받고 대출도 힘들고…'

지난 4월 '전국민 확대실시' 이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민연금.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나아진 것은 조금도 없었다.

기금 고갈, 봉급생활자의 과부담 등 출발때부터 안고있던 시비거리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유족연금 지급, 대출제도 등 문제점만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초 장인이 심장마비로 숨진뒤 유족연금을 신청한 김도환(30·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속터지는 일'을 겪었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까요. 집에서 기다려 보세요" 동사무소와 구청을 뛰어다니며 준비한 6통의 서류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던지는 국민연금 관리공단 직원의 짜증스런 대답 한마디.

그래도 장모가 연금을 받아야하는 처지라 애써 화를 참았던 김씨는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자 다시 연금 공단을 찾아 결과를 물었다.

"약관상 교통사고 등 특별한 경우를 빼곤 가입 기간 1년 이내에 질병으로 사망하면 연금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다"는게 연금공단 직원의 설명. 김씨는 이런 경우 사망자의 90%이상이 한푼의 연금도 받을 수 없다는 공단측의 설명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김씨는 "장인이 부도를 만나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독촉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연금에 가입했다"며 "가입만 하면 온갖 혜택을 주는 것 같이 해놓고는 완전히 우롱당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가입자가 사망하더라도 부인, 18세 미만이나 장애 2등급 이상의 자녀에게만 연금을 지급토록 약관에 규정돼 있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회사원 박모씨(35)도 국민연금 대출을 신청하려다 이해할 수 없는 규정에 대출을 포기했다.

올해로 연금에 가입한지 8년이 된 박씨의 연금 불입액은 800여만원. 하지만 한도액이 500만원인 전세자금 대출을 위해 연금공단의 대부 통지서를 받은 뒤 일정규모 이상의 직장에 다니거나 재산세 납부실적이 있는 보증인 2명을 세워 은행에서 다시 대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에 손을 들고 말았다.

박씨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 어떻게 보증인을 두명이나 세울수 있겠느냐"며 "불입한 돈이 있는데도 금융기관보다 절차가 더 까다로운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연금 관리공단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전세자금과 학자금, 경조사비 등의 생활안정자금(최고 500만원)을 대부해주고 있으나, 가입자수가 18만명인 연금 공단 대구 모지사의 경우 올들어 대출을 받은 가입자수는 고작 100여명에 불과하다. 한달평균 10여명만이 이용했을 정도로 대출 자격과 규정이 복잡하고 어렵다.

관리공단 관계자는 "대출금은 연금에서 나가지만 회수 책임을 은행에 맡겨놓아 대출 규정이 현실적으로 까다롭다"며 "연금 수령상의 각종 규제는 공적 보험 성격상 어쩔수 없다"고 밝혔다.

도시가입자의 연금 납입률이 80%를 넘어서는 등 양적인 면에서 '정착 단계'에 들어선 듯 하지만 '실질 혜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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