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단순히 정치적 산물인가. 아니면 정치·사회·문화 등 복합적인 상황의 결과인가. 이제까지 혁명에 대한 인식은 권력 장악이라는 정치적 해석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정치적 혁명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혁명의 의미는 간과되거나 무시되어 왔다.
중앙대 강내희교수 등 8명이 공동으로 쓴 '혁명의 문화사(이후 펴냄)'는 "이제는 혁명을 문화로 읽어야 할 시점"이라는 결론을 담은 책이다. 지난 200년동안 펼쳐진 역사적인 혁명을 대상으로 혁명과정의 정치적 실천과 문화적 실천의 상관 관계를 각 시기의 대표적인 혁명가와 예술가, 또는 혁명운동과 문화운동을 조명함으로써 재해석해보고 있다. '프랑스 혁명에서 사빠티스타까지'라는 부제를 달았다. 프랑스 혁명을 문화로 읽는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프랑스혁명의 정신은 '근대 사회의 합리성'으로 요약된다. 이런 합리성은 당대의 건축과 문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변화의 조짐은 '모더니티'와 '섹슈얼리티'의 모습에서 찾아진다. 이는 프랑스 혁명을 예술적으로 선취한 이들의 가장 큰 발견이다. 당시의 건축가 끌로드 르두·장 자끄 르꿰, 작가 사드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기성체제를 조롱하고, 유머러스한 성적 환상으로 유도하며 합리적 사회질서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기성 예술의 관행과 의미가 붕괴되는 정체성 위기의 시대에, 그들은 당대 일류들처럼 과거 예술의 권위와 어법에 기대지 않고, 놀라운 상상력과 혁신적인 수법으로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해냈다. 혁명기에 이들은 근대적인 공간의 여러 형태를 남보다 먼저 경험하거나, 상상으로 그려낸 것이다.
또 러시아 혁명기를 치열하게 관통한 지식인 레닌과 에이젠슈타인, 트로츠키와 혁명시인 마야코스프키를 통해 정치와 문화의 불화를 통찰할 수 있다. 에이젠슈타인의 영화가 당대 혁명가들에게 어떻게 옹호되고 배척되었는지, 순수하고 열정적인 시인이 어떻게 정치적 혁명과 조화롭게 성장해갔으며 혁명의 소용돌이속에서 사그라들었는지 추적해보면 흥미롭다. 루쉰과 마오쩌뚱을 통해본 중국혁명, 6월 항쟁과 민중문화운동, 멕시코 혁명과 사빠티스타 민족해방군의 관계도 마찬가지. 정치적 실천이 곧 문화적 실천이라는 결론이 잡힌다.
필자들은 실제 역사속에서 혁명의 정치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 경제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은 서로 모순적이거나 갈등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혁명과정의 역동성이 존재하며, 혁명은 반복된다고 강조한다. 부록으로 담은 영국의 문화학자 레이몬드 윌리엄스의 '문화와 혁명 개념의 역사'는 각 시대의 문화와 혁명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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