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 美외교관 체포 배경

체첸사태로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30일 전격적으로 주(駐)러시아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히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과 서방은 현재 러시아의 체첸에 대한 무력사용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난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또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며칠전 체첸사태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IMF 차관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전격적으로 미국 대사관 직원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러시아의 속셈이 뭘까?

사안의 경중을 떠나 당장 꼽히는 부분은 오는 12월 총선은 물론, 내년 6월 대선까지 이어져야 할 러시아내 반서방 분위기다.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코소보 및 이라크 공습을 자국에 대한 모욕으로 느끼면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에 더해 '테러범을 섬멸하기 위한' 러시아 군의 체첸작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다수가 열강 소련시절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인들에게 서방의 이런 행동들은 열강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짖밟는 것이며 이는 곧바로 반미·반서방 감정으로이어지고 있다.

각종 추문으로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가 체첸사태와 관련, 대내외적으로 강경자세를 견지함으로써 국민들의 지지를 단숨에 손에 쥔 러시아 권부가 이 점을 모를 리없다.

즉, 체첸에 대한 대규모 공세, 미 대사관 직원 체포 등 러시아 정부의 잇단 강경책은 '푸틴 신드롬'까지 낳고 있는 러시아의 반서방 분위기가 강력한 바탕이 되고있는 것이다.

크렘린과 정부 입장에서는 이같은 신드롬이 최소한 총선까지는 지칠줄 모르게 확산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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