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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입논술-사이버 논술 문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로 내세우는 정책과제 중의 하나가 부정부패의 일소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느 정권도 쉽게 해결해 내지 못하고 있다. 다음 예시문을 참고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의 원인과 그 실태를 진단해 보고 부정부패의 근절책을 나름대로 제시해 보시오.

대낮에 재물을 강제로 빼앗는 것을 강도라 한다. 맹자가 말한 바," 사람을 문 밖에서 밟고 재물을 빼앗는다" 라는 것이 이것이다. 지금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공공연하게 백성의 재물을 약탈함이 강도보다도 심한 면이 있는데, 곧 맹자의 제자였던 만장(萬章)이" 백성에게 수탈하는 것이 병기로써 사람을 막는 것 같다" 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강도를 보면" 반드시 잡아 죽여야 한다" 고 하면서 탐장(貪臟)한 것은 보아도 예사로 보아 넘기고 괴이하게 여기지 않음은 무엇 때문인가. 그 관리의 심리를 미루어 볼 때 진실로 필부(匹夫)들은 재물이 필요할 때 반드시 팔을 걷어붙이고 남의 재물을 빼앗을 것이다. 그러나 필부에 의해 그와 같은 해를 당하는 자는 몇몇 사람에 불과하다. 그러나 탐욕이 많고 포학한 관리가 수령이 되면 해독이 한 고을에 퍼지고, 관찰사와 같은 관리가 되면 해독이 한 지방에 퍼진다. 이러므로 주자(朱子)가 그 노여움을 얼굴에 나타내면서 말하기를" 큰 글자를 얼굴에다 새겨서 귀양 보내야 한다" 라고 하였다. 심지어는 재상(宰相)의 지위에 있는 자가 재물을 끝없이 탐낸다면 나라를 좀먹는 바가 또 어떠하겠는가.명(明)나라 곽도(藿韜)는 말하기를," 탐장한 관리가 서울에 들어와서 대신에게 은(銀) 일천 냥을 뇌물로 먹였으면, 외지에 있을 때에 백성의 돈 수만 냥을 벗겨 내었을 것이고, 무신(武臣)이 대신에게 은 일만 냥을 뇌물로 주었다면 외직(外職)에 있었을 때에 군사의 고혈(膏血) 수만 냥을 벗겼을 것이다. 사사로 백 곱절 되는 재물을 탈취하고서는 오직 한 곱절만으로써 이(利)를 취한다. 미끼를 대신에게 먹여서 명성과 명예를 사고 뒤를 돌보아 주는 관계를 맺는데, 이로 인해서 승진(昇進)하고 또는 이에 대한 조사를 늦추어서 반드시 안전을 보장 받는다" 하였는데, 이것은 뼈에 사무치는 말이다.

이것을 다스리지 않으면 망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사람이 젊고 건강할 때에 보양(保養)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방탕한 심정으로 여색을 즐기다가, 정력과 혈기가 고갈하게 되면 사백 네 가지 병이 번갈아 나타나고, 잇따라 침범하게 된다. 가느다란 숨결로 병상에 눕게 되면 비록 손가락을 깨물면서 후회하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탐장을 다스리는 법을 늦추어서 백성에게 살 곳을 잃게 한 자는 반드시 훗일에 좋은 일이 없다.

결국 초기에 신숙주의 아들 고천군 정(瀞)은 노비에 대한 일로써 죄를 받아 죽었고, 근세에는 송평(宋枰)이란 자가 조지서 별제(造紙署別提)가 되어서는 자문지(咨文紙))라는 종이 한 장으로 기첩(妓妾)의 전모(氈帽)를 만들다가 형을 받음과 함께 자손의 벼슬길이 막히게 되었다. 선조(先朝) 때 법금(法禁)의 엄중함이 이와 같았다. 지금 세상에는 한 번 수재(守宰)가 되면 갑자기 집이 윤책해지고 전장(田庄)이 풍성해진다. 혹 어사(御使)가 탐장한 것을 고발하기도 하나 온갖 방법으로 신설(伸雪)하여, 아침에 탄핵하는 소장이 들어왔는데, 저물녘에는 떵떵거리고 대접을 받으며 나온다.

대저 나의 이목으로 보고 기억한 바로는 한 사람도 장리(臟吏)라는 지목을 받은 자를 보지 못했다. 온 세상에 넘쳐난 자가 모두 공수· 황패같이 청렴하고 부지런하다는 것인가. 나는 믿지 못하겠다.

- 이익의 ' 성호사설' 에서

탐장(貪臟):관리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탐함, 또는 그렇게하여 얻은 재물

조지서 별제(造紙署別提):종이를 만드는 일과 관련된 벼슬

기첩(妓妾):기생첩

전모(氈帽):모자의 일종

선조(先朝):앞 대의 임금

장리(臟吏):부정한 수단으로 재물을 취득하거나 뇌물을 받은 관리

공수· 황패:모두 하(夏)나라 때 사람. 공수는 선제 때에 발해 군수가 되었는데, 흉년에 백성을 잘 구제해서 백성들이 점차 부유해졌다. 황패는 무제 때에 하남 태수승으로 되어 너그러운 정사를 펴서 백성들이 존경하고 사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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