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채 못가면 2000년 1월 1일이 된다. 그날이 2000년의 설이고 새 천년의 설이다. 집집마다 조상에 세배(설 차례)하고 가족간에 새해와 새 천년을 맞는 특별한 각오로 세배를 나누자. 그리고 친구들과도 21세기를 맞는 덕담을 주고 받자. 다른 해의 설과 다른 새 백년 새 천년의 설이 아니냐.
설이란 그 해의 첫날, 즉 1월 1일을 말한다. 설은 한국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인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것이다. 옛날에는 우리가 음력을 사용했으므로 음력 1월 1일이 설이었지만 요사이는 양력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양력 1월 1일이 설이다. 양력과 음력에 어떤 가치가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력이 무엇이냐에 따라 설날이 결정되는 것이다. 세계인이 문화권별로 생활할 때는 양력과 음력 그리고 러시아력 등 각기의 달력을 사용하다가 20세기에 들어서서 세계인의 생활이 점점 하나가 되면서 달력도 하나가 되어가는 가운데 양력으로 통합되어 왔다. 양력이 가장 과학적이기 때문이다. 설에는 조상과 가족과 세배를 나누고 친지간에도 새해를 축복하는 인사를 나눈다. 이것도 세계 공통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1896년부터 양력을 사용하였다. 그 해가 양력을 세운 해라고 해서 건양(建陽)이라는 연호를 사용하였다. 누가 양력은 일본의 것이라고 하던데 그것은 아니다. 일본도 우리와 같이 음력을 사용하다가 우리보다 23년 앞선 1873년부터 양력으로 고쳤다. 식민지 시기에 일본이 양력을 고집하고 우기니까 그때는 일본이 하는 짓이면 무엇이나 밉게 보이던 때여서 그에 반발하여 음력 과세를 고집한 그 정서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음력을 고집할 것이 아니었으므로 해방 후에 남북한 어디에서도 양력 1월 1일을 설이라 하여 새해맞이 행사를 했다.
식민지시기에도 독립운동을 하던 어른들은 줄곧 양력을 사용하다가 해방을 맞았다. 때문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비롯한 독립운동 문서는 모두 양력으로 쓰여져 있다. 1927년에 결성한 신간회에서도 양력 과세를 장려한 일이 있었다. 그리하여 해방 후에는 누구도 반론도 없이 양력 1월 1일을 설이라 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은 음력 과세를 하고 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음력 과세하는 유일한 나라일 것이다. 누가 중국이 음력 과세한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중국도 설을 말하는 원단(元旦)은 양력 1월 1일이고, 음력 1월 1일은 춘절(春節)이라 하여 봄맞이 날로 축제를 올리고 있다. 그리하여 춘절과 추절(추석)을 경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음력 과세로 돌아선 것이 1990년이니 9년전의 일이다. 1987년의 대선에서 중간평가를 공약한 것이 부담이 되어 설을 뒤집은 것이다. 6공 정부 최대의 실수였다. 민주주의 정치는 선거를 통해 대중을 계몽하고 진보시켜 나가야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국력이 증강하는 것인데 설을 뒤집듯이 수준 이하의 짓이나 하면 민주주의는 우민정치에 빠지고 만다.
음력설은 전통문화를 수호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전통문화는 비판적 계승이어야 한다. 역사의 발전이란 전통의 개혁으로 추진되고 달성되는 것이다. 전통의 수호가 미덕이라면 옛날의 양반과 상놈의 차별을 오늘날에도 고집할 것인가. 그렇게 하자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와같이 전통도 전통나름으로 이어갈 것과 고칠 것과 없앨 것이 있는 것이다.
25일을 지나면 2000년 1월 1일을 맞는다. 그날 아침에 새해와 새 천년을 맞는 큰 설의 마음을 다짐하고 가족간에 큰 설의 인사를 나누고 조상에게도 큰 세배를 올리자. 올해만이라도 양력 설에 세배를 하자. 새해를 맞고 부모와 조상에게 세배를 올리지 않는 것은 불효다. 작년에 철없는 정치꾼들이 1월 2일을 휴일에서 빼버렸으니 불편하지만 그래도 올바른 이치를 고집해 보면 남다른 쾌감도 느낄 수 있다. 세배는 양력 설에 하고 놀기는 음력 옛설에 놀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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