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릭 지구촌-독재자의 망령

독재자들의 망령은 언제까지 살아 있을까?

세월이 흐를수록 과거 독재자에 대한 증오감은 희석되고 얼마간은 향수, 또 얼마간은 그리움이 묻어남을 볼 수 있다. 특히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대부분 국수주의자였던 독재자들은 점점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되살아 나오고 있다. 히틀러의 망령이 그렇고 국내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그렇다.

이야기는 조금 다르지만 최근 루마니아에서는 공산독재의 대명사였던 전 대통령 니콜라이 차우셰스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동구권에 개방바람이 불면서 지난 89년 부인인 엘레나와 함께 처형된 모습으로 공개됐다. 그러나 최근 루마니아 경제가 침체되고 실업이 늘면서 루마니아인들은 차우셰스쿠를 점점 그리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와 때를 맞추어 수도인 부쿠레슈티에서는 차우셰스쿠의 유품 경매가 한창이다. 경매에 나온 물건들은 화려하게 치장된 체스 세트를 비롯 버스, 양말, 미 테네시주의 도시인 차타누가시의 열쇠 등인데 체스 세트가 1천100달러(한화 약 126만원), 버스는 3만8천달러(한화 약 4천300만원)에 팔리는 등 모두 최고가를 호가했다.

경매는 러시아 미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경매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부쿠레슈티시 중심가의 회의실에서 열렸는데 이곳은 차우셰스쿠가 과거 공산당시절 수많은 지지자에 둘러싸여 열광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에 루마니아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루마니아인들이 차우셰스쿠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공산주의 깃발이 혁명기간중엔 끌어내려지고 불태워졌지만 이제는 55달러에 팔리고 있다는 한 경매중개인의 말처럼 경제적인 어려움이 무덤속에 있는 과거 독재자를 조금씩 세상 밖으로 불러내고 있다.

鄭知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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