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들고 파고 또 만들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행정기관이 보도 조성, 자전거도로 건설 등 대규모 사업을 끝내놓고 얼마안돼 재시공하는 사례가 잦아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대구종합유통단지'내 보행자도로의 경우, 지난 96년 대구시 종합건설본부가 1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했으나 이후 각종 건설공사가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보도가 크게 파손돼 최근 일부 구간에서 재시공에 들어갔다.

종합유통단지내 전기재료관 등 지난 달 문을 연 입주업체들은 지난 96년 완성된 보도블록을 모두 걷어내고 자체 비용을 들여 화강석 보도블록으로 교체, 종합건설본부가 시공했던 보도블록은 사용 한 번 제대로 못해본 채 폐기됐다.

더욱이 내년 문을 열 예정인 일반의류관 등도 공사 과정에서 보도블록을 심하게 파손, 재시공이 불가피한 실정이어서 유통단지내 대부분 보도가 이중공사로 이어지고 있다.

유통단지 입주업체 한 관계자는 "요즘은 쓰이지 않는 보도블록이 깔려 있어 입주업체 대다수가 자체예산으로 보도블록 공사를 새로 할 계획"이라며 "건물이 어떤 형태로 들어설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도조성 등 마무리 공사를 성급하게 완료하는 바람에 대구시는 아까운 시공비만 날린 셈"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시 북구청이 3억6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중인 북구 복현동 경북대 북문 주변 대학로의 자전거도로 건설공사도 지난달 일부 구간이 완공됐으나 최근 완공구간 일부가 다시 파헤쳐져 재시공을 하고 있다.

부근 한 상인(46)은 "완공된지 한달도 못돼 부실시공이라는 이유로 멀쩡한 부분을 다시 파헤쳐 내면서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처음부터 공사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재시공이 있겠느냐"고 발끈했다.

대구시종합건설본부 한 관계자는 "유통단지 등 대규모 토목사업은 몇년 후 상황까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당시로서는 보도 공사 등 기반조성사업을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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