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한국인은 용감한가?

필자는 한국인이 용감한 지 비겁한 지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어왔다. 임진왜란때 임금이 백성들을 버려두고 혼자 북쪽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면 한국인은 비겁한 것 같다. 임금은 귀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작전상 피신을 한 것이지 비겁해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은 설득력이 없다. 유럽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러시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의 황제들은 하나같이 전선으로 달려갔었다. 귀하기로 말하면 유럽의 황제들은 조선의 임금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서깊고 지체높은 귀족가문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마냥 비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술자리에서나 운전 중에 사소한 시비가 생기면 거침없이 상대의 멱살을 잡거나 주먹을 날리는 것을 보면 꽤 호전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느날 TV를 보다가 이 의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발견했다. TV에서 이탈리아의 한 저명한 사상가와 미국인 기자가 대담을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군인들은 전투만 벌어지면 후퇴를 하고 이기는 일이 없는 것을 보면 비겁한 것 같은데 이탈리아의 마피아단이 싸우는 것을 보면 용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도대체 이탈리아인은 비겁합니까? 용감합니까?"하고 미국인 기자가 질문했다. 이탈리아 사상가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이탈리아 군인들이 비겁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탈리아 출신인 마피아단이 용감한 것도 사실입니다. 나는 이탈리아인들이 순전히 비겁한 국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단지 이탈리아 국민들의 용감성이 왜곡돼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덧붙여 옛날에 이탈리아인들은 용감했으며, 로마제국을 건설한 역사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 프로를 보고난 후 필자는 '아! 한국인들도 비겁하거나 용감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왜곡된 용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구나'하고 생각했다. 전쟁터나 상관 앞에서는 비겁하고 길에서 운전을 할 때 용감한 것은 바로 우리의 왜곡된 용감성 때문인 것이다. 이용재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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