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있게 해달라고 애원을 하는데도 돌려보낼 수밖에 없을때 가장 가슴 아프죠"
비인가시설인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나눔의 집'. 이곳엔 요즘 '가족'으로 받아달라는 이들이 거의 매일 찾아온다. 이곳에서 아빠로 불리는 이왕규(39) 목사는 "신청자 수는 말할 것도 없고 대기중인 애들만 8명이지만 현재로선 식구를 늘리기 힘들다"면서 "그래도 정말 딱한 경우엔 대책없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2주전 이곳에 온 다섯살배기 승민이가 그렇다. 심한 자폐증을 앓고 있어 말은 물론 대소변조차 가릴 수 없지만 돌볼 사람이 없었다. 빚보증으로 전재산을 날린뒤 엄마가 생계를 꾸려나가는 탓에 승민이 혼자 집에 있어야 했기 때문.
"승민이 같은 애들은 부모가 있어 장애자 시설에 갈 수도 없고 한달에 15만원씩하는 사설 보육원에 가는 것은 꿈도 못 꾸죠. 결국 우리가 거두지 않으면 집에서 방치 될 수밖에 없어요".
이래저래 늘어만 가는 식구. 벌써 30명의 대식구다. 이중 상당수가 대소변조차 가릴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 후원금과 부업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지만 이 목사로선 매달 생활비를 구하는게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인가된 시설이 아니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 또한 전혀 없다. "한달 생활비만 500만원이 넘게 들어요. 얼마전 독지가의 도움으로 전셋집 한곳을 더 구하긴 했지만 식구들이 살기엔 공간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양지바른 언덕에 위치한 '사랑의 집'도 가족 구성은 조금 틀리지만 형편은 비슷하다.
현재 식구가 23명. 이중 13명이 초·중·고에 다니는 학생이다. 이들의 아빠인 김성문(39)씨.
"막내 종삼이(5)부터 노인분 3명까지 대식구지만 정말 가족이라는 정을 느끼고 삽니다"
하지만 10년전 6명의 아이를 자식으로 받아들이고부터 지금까지 김씨도 이 목사처럼 항상 머리를 떠나지 않는 고민이 있다.
바로 늘어나는 가족. "형편이 더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지만 식구가 너무 늘어나면 가족의 정을 느끼기가 어려워 진다"는 김씨는 "지금 식구가 적당하지만 찾아오는 분들이 너무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씨도 농사일과 후원금으로 어렵게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그룹 홈 또는 비인가 복지 시설로 불려지는 곳.
돌볼 가족도 없고 자격이 안돼 복지 시설에도 갈 수 없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삶의 '희망'을 걸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들이 '희망'을 갖기엔 현실이 너무 척박하다.
"IMF 이후 특히 장애아들의 고통이 너무 큽니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지만 호적상 양육 가족이 있으면 시설에도 못가고 그냥 버려지다시피 방치되는 장애아가 엄청 많이 늘었습니다"
대구 장애인 복지관 상담실 근무자들은 'IMF' 이후 이런 장애아들의 양육을 부탁하는 문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로선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이른바 '비인가 복지 시설'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을 뿐 아니라 이러한 곳들도 형편이 어려워 마냥 부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대식(32) 국장은 "서울 등 일부 시도는 비인가 시설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역에선 개인 차원의 후원금이 전부"라며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복지 문제의 대안으로 그룹 홈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도 3명의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은 국장은 "독거노인이나 고아등에겐 가족을 느낄 수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여서 수요는 넘쳐나지만 현실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록 남이지만 '가족'이 될 수 있는 곳.
새 천년이 다가 왔지만 '음지'에 놓인 이들이 '또 다른 가족'을 만나기엔 너무나 어려운 현실이다.(나눔의 집-642-0101. 사랑의 집-767-8852)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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