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질심사 9시간20분 고심 거듭

◈박주선씨 영장 발부 안팎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후 3시10분께 시작돼 9시간20여분만인 23일 0시30분께 끝났다.

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지법 김동국(金東國) 판사는 법원으로 구인된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을 들은 뒤 "오후 10시께 구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지만 기록 검토에만 7시간 이상 걸리는 듯 고심을 거듭했다.

○…김 판사는 오후 3시10분부터 2시간여 동안 박 전 비서관을 법원으로 불러주장을 들은 뒤 11층 판사실로 올라가 기록검토에 들어갔다.

김 판사는 모두 5권 1천여쪽에 이르는 기록 외에도 이날 배당된 다른 사건 기록을 검토하기 위해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한 뒤 빵과 음류수로 저녁식사를 대신했다.김 판사는 처음에는 "오후 10시께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막상 오후 10시가 되자 "5권중 3권밖에 못봤다"며 시간이 더 걸릴 것임을 시사.

○…이날 영장을 발부한 김 판사(35)는 사시 28회로 평소 모든 정황을 배제한 채 사실관계와 법리만 살펴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 '고지식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원칙주의자로 소문이 나 있다.

특히 그는 지난 11월 옷로비 사건의 최병모 특검이 청구한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한 영장을 처음으로 기각, 여론의 비난을 받게 되자 "피의자를 구속할 때 굳이 영장을 청구하도록 한 '영장주의'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못마땅해 하기도 했다.

반면 최근 파업유도 의혹 사건의 강원일 특검이 청구한 강희복(姜熙復) 전 조폐공사 사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면서 '사용주의 공격적인 직장폐쇄도 법적인 형평상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려 관심을 모았다.

김 판사는 서울 출생으로 서울 법대를 졸업한 뒤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전주지법, 광주지법 등을 거친 뒤 지난 10월부터 서울지법 영장전담 판사로 일해왔다.○…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23일 새벽 1시10분께 대검청사 로비에 내려와 심경을 묻은 질문에 "편견과 선입견의 늪이 너무 깊었다"고 말한 뒤 검찰 수사차량 편으로 수감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직행했다.

전날 오후 5시10분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대검 11층 조사실에 8시간 가량 인치돼 있다 수사관들에 이끌려 내려온 박 전비서관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사진촬영에 응했으며 '법원 판단에 승복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어 불복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검찰에 대해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으며, 청사 현관 밖에서 다시 한번 촬영에 응했으나 더이상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박 전비서관은 "자, 수고하세요"라고 간단한 인사를 건넨 뒤 덤덤하게 차량에 올라 곧장 구치소로 향했다.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22일 서울지법에는 대규모 변호인단에 취재진 수십여명과 취재진의 법정 접근을 막는 법원 방호원들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박 전 비서관은 "사직동팀이 원래 작성했던 문건과 나에게 보고한 문건은 다르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실질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우황청심환을 먹고 줄담배를 피우는 등 불안한 표정이었다.

박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2시께 친동생, 김기준.박선주 변호사 등과 함께 서울지법 2층 로비를 통해 법원에 들어왔지만 법정 입구에 기자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고 중앙 계단을 통해 3층 변호사 대기실에 들어가 30분 가량 시간을 보냈다.

그는 변호사 대기실에서 "내가 보고받은 문건에는 사직동팀에서 원래 만든 문건과 달리 한자가 사용됐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박 전 비서관이 검찰의 수사끝에 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동료, 선.후배 거물 변호사 수십여명이 변호를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선주 변호사는 "어제 검찰의 영장청구방침이 알려진 뒤부터 변호사 30여명이 변호를 맡겠다며 전화를 걸어왔다"며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안강민 변호사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석휘 변호사 등이 변론을 맡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법무부 차관 출신의 조성욱.최경원 변호사와 대법원 판사 출신의 김구일 변호사, 문한식.김숙.황상구.이용식.김현채.송창영.이승관.임희동.홍이석 변호사 등이 변론을 자청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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