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J '재고' 요청에 JP '현실적 무리'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2일 김종필(金鍾泌)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예상을 깨고 합당 대신 연합공천을 통해 총선을 치르기로 결론을 내렸다.

김 대통령은 이날 먼저 "LA에서 합당않겠다고 했던데"라고 입을 떼자 김 총리가 "죄송하지만 그렇게 됐다"고 말했으며 이에 다시 김 대통령이 "합당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한데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며 재고를 요청했다. 김 총리가 "합당을 하기도 전에 자민련이 쪼개진다"며 불가입장을 전하자 김 대통령은 "총리가 어련히 숙고했겠느냐. 총리생각을 이해하며 존중한다"고 답했다. 양김 특유의 선문답(禪問答)은 없었다. 연초부터 여권에서 제기되어 1년 가까이 끌어온 합당의 불씨는 이렇게 싱겁게 꺼져 버렸다.

두 사람이 한번 더 회동을 갖고 논의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김 대통령이 이처럼 서둘러 결론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합당으로 끌고 가는게 무리였다. 자민련이 거당적으로 합당에 반대하고 나섰고 김 총리도 이를 외면할 수 없었는데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마냥 끌고 갈 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밖에 없다. 곱지않은 민심을 합당에 따른 시너지효과로서 돌파하려는 당초 구상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합당이 최선의 선택이었는데 현실이 따라주지 못했다"면서 아쉬워했다. 또다른 인사도 "연합공천이 실패할 경우 2여(與)1야(野) 구도로는 서울지역에서 한나라당이 대승할 수도 있다"며 낙담했다.

물론 청와대 일각에서는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연합공천의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민련 측이 합당을 제의해 올 수도 있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희망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청와대는 일단 합당은 물건너 간 것으로 판단하고 독자 신당창당작업에 주력하는 등 총선준비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李憲泰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