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집 주치의-사춘기

자연에 사계절이 있듯,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 사춘기가 봄이라면, 갱년기는 인생의 가을이다. 가을을 생각하는 계절, 그래서 사추기(思秋期)라 부른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78세. 평균 폐경연령이 48세인 점을 감안하면 인생의 3분의1 이상을 폐경 후에 살게 되는 셈이다.

폐경기의 가장 흔한 증상은 안면 홍조이다. 얼굴.머리.목 등의 피부가 갑자기 붉게 변하며 불쾌한 열감이 나타나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때로는 잠이 방해받을 정도로 심하다.

이런 증상은 여러가지 불편을 주지만 신체적으로 해로운 것은 아니다. 더 문제는 만성 후유증을 동반하는 골다공증과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은 폐경 이후의 급격한 골량 감소로 뼈의 물리적 강도가 떨어져 쉽게 골절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한번 생긴 뒤엔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심혈관 질환은 폐경 여성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면서 혈중 지질 농도가 높아지고 동맥 혈관벽에 침착, 동맥경화 등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을 보충, 폐경 이후 나타나는 증세와 질병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호르몬 대체요법이다. 에스트로겐은 피로.불안.우울증 등의 증상을 개선시키고, 비뇨생식기 위축에 의한 요실금증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폐경 된 직후부터 5년 이상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면 대퇴골 골절 위험을 50% 감소시킬 수 있다. 혈중 지질도 변화시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여성 호르몬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호르몬 대체요법을 기피하는 여성이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들은 자궁 내막암과 유방암을 제외하면 암 발생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사용하면 자궁 내막암 발생도 예방할 수 있다. 유방암 위험 역시 정기적 검진 때문에 오히려 그로인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성호르몬은 골다공증과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작용을 두려워해 무조건 기피하기 보다는, 득실을 잘 따져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박정돈 산부인과원장jdpakr17@thru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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