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첫 교육감 선거, 참신하게

학부모와 교사, 지역위원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직접투표하는 첫 대구시 교육감 선거(6월)를 석달 앞두고 벌써부터 과열.혼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망에 오른 인사가 10명이 넘는 '후보 난립상'을 보이는 가운데 정치판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잡음들이 들려온다.

일부 인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밑 선거운동을 벌여 왔다느니, 벌써 어떤 후보는 아예 노골적으로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느니, 듣기 민망할 정도다. 학연.지연 등을 앞세운 편가르기가 시작되고, 편에 따라 무조건 표가 갈리는 집단이기주의 양상이 가열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지어 감투욕만 앞세워 수억.수십억을 뿌려서라도 이 지역의 교육 수장이 되겠다는 후보마저 없지 않은 모양이다.

##교육감 선거 과열우려

사전선거운동 혐의가 포착돼 경고나 주의를 받은 경우도 이미 몇 건이나 된다.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교장.교사들을 집중 공략하거나 거꾸로 줄대기나 줄서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특정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악성 루머들도 난무하는 양상이다. 이런 혼탁.과열의 와중에 최근에는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단인 학교운영위에 지역위원으로 참여할 현직 교육행정 공무원의 개입을 우려하면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또다른 파문이 예상되기도 한다.

대구시 선관위는 자체조사 결과 국.공립학교 지역위원 562명 중 교육행정 공무원이 137명으로 전체의 24.3%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학부모위원 상당수가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소박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공무원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어 부작용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대구시 선관위는 이 같은 공정성 문제에 착안, 교육부와 협의해 지역위원 자격으로 학교운영위원회 참여를 금지시킬 수 있도록 중앙선관위에 제도 개선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지만 과연 어떤 결론이 날지 의문스럽다.

이번 대구시 교육감 선거는 1999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첫 직접선거라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이 제도 자체는 교육자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도 없지 않지만, 후보와 선거인단이 공명선거를 외면하고 불법과 혼탁에 빠져든다면 '풀뿌리 과외 왕국'으로 치달으면서 무너져 내리기만 하는 공교육의 내일을 위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런 추세로 흐른다면 교육 현장 차원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미래까지 암담하게 하기 때문이다.

일선 교육행정 책임자를 뽑는 선거만은 정치판과는 확연하게 다르고 선거문화의 모범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자질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오직 감투쓰기에만 급급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후보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미련없이 돌리는 게 옳다.

교육감은 지역의 학예를 관장하고 교육문화적 풍토를 진작하는 수장이다. 막강한 권한도 갖고 있다. 교육 예산과 인사권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 정책 전반을 결정하고 집행해야 한다. 이 자리에 앉으려면 학식과 덕망 뿐 아니라 전문성과 행정력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공교육 일으켜 세우는 사금석 돼야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과 이 제도의 정착 여부는 직접 선거에 참여하는 후보자와 학교운영위원들의 양식과 도덕성에 달려 있다. 교육감이 되고자 하는 인사들은 자신이 과연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행정력,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식견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며, 그런 자신감과 확신이 없을 경우 발길을 돌리기 바란다.

선거권자인 학교운영위원들도 교육감을 잘못 뽑으면 자신의 자식과 사회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우리 공교육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걱정하고,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 후보를 선택하는데 사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참교육의 철학과 실천력을 지닌 청렴하고도 도덕적인 인물을 선택해야만 한다.

이번 대구시 교육감 선거를 통해 후보들과 선거인단은 이 사회에 모범이 되고 혼탁한 선거풍토를 참신하게 바꾸는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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