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납치 등 강도 급증 대구 '치안부재'

대구시내에서 강도사건이 꼬리를 물고 터져 시민들이 불안하고 있다.

더욱이 연말을 맞아 밤길에 흉기를 든 강도범들이 주택가를 휘젓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데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부가 납치당하는 사건까지 발생, 월드컵을 앞둔 치안이 구멍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10월말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강도사건은 222건으로 한달 평균 20건을 웃돌고, 지난 한해(204건)에 비해 발생빈도가 잦아졌다.

지난 1일 오전 11시10분쯤 수성구 지산동 ㅊ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부 ㅇ(47)씨가 괴한 2명에게 피랍, 자신의 승용차속에서 결박당한 채 5시간 동안 끌려 다녔다.

범인들은 시장에 가기 위해 차 문을 열던 ㅇ씨를 흉기로 위협, ㅇ씨의 대구 27누 65XX호 그랜저 승용차에 태운 뒤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어 뒷좌석과 트렁크에 번갈아 가두었다.

범인들은 ㅇ씨로부터 현금 20만원과 신용.현금카드를 뺏고 오후 1시쯤 범어동 모 은행지점에서 현금 500만원을 인출한 뒤 ㅇ씨를 차량 트렁크에 가둬둔 채 인근 ㄱ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버려두고 달아났다.

이들은 이후 ㅇ씨의 친구에게 4차례 전화를 걸어 현금 1억원을 몸값으로 요구했으나 오후 6시 이후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ㅇ씨는 이날 오후 4시쯤 발로 트렁크 덮개를 차며 구조를 요청한 끝에 주민 이모(61)씨와 아파트 경비원 이모(62)씨의 도움으로 구출됐다.

지난달 26일 밤 11시20분쯤 달서구 본리동 ㅈ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김모(46.여)씨가 아파트 출입구 앞에서 20대에게 폭행당한 뒤 통장 6개가 든 손가방을 뺏겼으며, 지난달 21일엔 서구 내당동 한 도로에서 박모(27.여)씨가 뒤따라온 유모(17.고2)군에게 폭행을 당한 뒤 현금 110만원을 뺏겼다.

주부 김모(32.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강도사건이 잇달아 주부들은 지하주차장 이용을 꺼릴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다"며 "아파트관리사무소도 제구실을 못하니 주민들이 나서서 강도 예방대책을 세워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최근 지하주차장에서 잇따라 범죄가 발생,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의 경우 감시카메라가 무용지물로 전락했고 조명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주민들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3일 오후 2시 30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ㄱ아파트 301동 지하주차장 안.

아파트 주민 박모(37) 주부는 "오늘처럼 흐린 날은 낮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낮에도 7개 수은등 중 4개 수은등을 켜 놓지만 멀리서 보면 사물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고 감시카메라조차 없다는 것.

실제 이곳 지하주차장은 입구 4개 등에는 250W 전구를 쓰면서 정작 어두컴컴한 구석 자리는 100W 전구를 쓰고 있었다. 자동차 주차 대수가 26대에 불과해 감시카메라도 없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97년 개정된 주차장법은 자동차 30대당 감시카메라 1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세차하러 주차장에 들른 주민 최모(57)씨는 "이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 경우 아예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날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ㅊ아파트 제2지하주차장. 감시카메라 4대가 주차장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 윤모(43)씨는 "이곳 감시카메라는 아무 쓸모도 없다"고 했다. 고정식이어서 좌우 30도만 피하면 얼마든지 카메라 눈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윤씨는 "180도 혹은 360도 회전식 카메라로 교체하거나 출입구, 비상구 등에 의무적으로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모(44) 주부는 "흐릿한 조명시설 때문에 밤보다 낮이 더 무섭다"고 했다. 밤엔 형광등, 수은등을 모두 켜 두지만 낮엔 형광등만 켜 둔다는 것. 이때문에 이씨는 "자동차에 뭘 놔두고 와도 다시 주차장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비원 손모(63)씨는 "솔직히 지하주차장에 신경 쓸 틈이 없다"고 털어놨다. IMF이후 아파트마다 동초경비가 없어져 아파트초소와 동초경비를 겸해야 하기때문에 지하주차장에 관심을 쏟지 못한다는 것.

손씨는 "동초근무도 밤 10시부터 시작한다"며 "이때문에 낮이 훨씬 위험하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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