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오진우(1995년 작고)가 포항 출신인지를 놓고 때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포항 출신으로 믿어져 왔지만 한 향토사가가 이를 부정하는 글을 최근 발표하면서 논쟁이 벌어진 것. 그러나 친척들은 5일 "포항 출신이 맞다"고 처음으로 공개 확인하고 나섰다.
국내 인명록엔 오진우가 1917년 함남 북청 출신인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그의 본명은 오주승으로 장기면 학곡리에서 출생해 20살 전후에 만주로 포목장사를 하러 가 큰 돈을 벌었으며, 김일성을 만나 독립운동 자금을 댄 공로로 인민군 장교가 됐다고 지역에서는 믿어 왔다. 6·25 전세가 북한에 불리해진 뒤 오주승은 군함을 고향 모포 앞바다로 끌고 와 가족들을 태워 월북시키기도 했다는 것.
오진우가 오주승인 것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TV가 보급되고 난 뒤였다. 사람들은 TV를 통해 오진우의 얼굴을 보고는 포항에 사는 오주승의 동생(1992년 작고)과 그대로 닮았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4일 발간된 계간지 '포항연구'에서 향토사가 이상준(42)씨는 오주승의 가계·호적부, 어릴 적 친구들 증언 등을 검토한 결과 오진우와 오주승은 별개 인물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6·25 당시 오주승이 군함을 끌고 와 가족들을 월북시킨 것은 사실이나, 그와 함께 서당에 다녔거나 얼굴을 아는 노인들이 "텔레비전에 비친 오진우는 오주승과 달랐다"고 부정했을 뿐 아니라 사료들을 종합해도 그런 결론이 나온다는 것.
하지만 이씨의 주장이 나온 뒤 장기면 창지리에 사는 오주승의 조카 오염호(59)씨는 5일 기자와 만나 "아버지(1992년 작고)가 생전에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을 나의 큰아버지라고 줄곧 환기하셨다"고 증언했다. 오씨는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피해가 두려워 의도적으로 부인해 왔으나 이제 모두 털어 놓으니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또 이산가족 면회를 신청해 북한의 사촌들을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오주승은 3남2녀 중 장남이었고 남매 중 생존자는 여동생 복난(79·묵호)씨 뿐이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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