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를 위반해서 '딱지를 떼이면' 이것만큼 억울한 것이 없다. 물론, 법규를 위반했으니 처벌을 받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바쁘고 길은 하염없이 막히고…. 차를 버리고 싶은 심정에 이르면 위반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일전에 컴퓨터 수리할 것이 있어서 차를 몰고 나갔다. 길은 편도 5차로에 50m 전방이 보이지 않는 경사진 길이었다. 아주 유유히 그 길을 넘어가는데 두 명의 교통경찰이 도로 중간에 서서 나를 부르는 것이다. 나는 찻길에 사람이 서 있다는 것에 놀랐을 뿐, 왜 나를 부르는지 정말로 의아해하면서 갓길에 차를 대고 연유를 물어보려는데, 교통경찰관은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신호위반하셨습니다!" 여기 위반할 신호가 어디 있냐고 속으로 한마디하면서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경찰관은 노란등이들어왔는데 주행했다고 말해주면서 그에 대한 범칙금은 얼마, 벌점은 얼마 등등 절차를 밟았고,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있는 사이 범칙금 6만원에벌점 10점의 '딱지'를 끊어주었다. 내가 "아니 왜 이렇게 비싸요?"라고 했더니 교통경찰은 "벌점 없이 끊을 수도 있었는데 가만히 계시길래 정석대로 했습니다" 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니 그때부터 억울해서 못살겠다는 심정이 드는 것이었다.
딱지를 떼인 장소에서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앉아 있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신호위반에 대한 나의 불감증이 심각하구나 하는생각과 인심과 인정으로 처벌하는 것 때문에 교통법규 위반으로 '딱지를 떼이면' 더 억울하구나 하는 생각. 그날 경찰관이 뭔가 착각했을 거라고확신까지 했으니 나의 교통법규에 대한 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놀랐다. 그런데도 위반에 대한 반성보다는 억울한 심정이 앞서는 것은 말만 잘하면 줄일 수 있는 범칙금 때문인 것 같다. 처벌이 근거에 입각하기보다는 인심과 인정으로 이루어지니 나 같은 교통위반 불감증자가각성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술이 넘치는 연말, 교통법규를 지킵시다!
남인숙(갤러리 M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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