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촌 어린이들 동화같은 생활

"우리 학교 2학년 김군은 담임 선생님이 한메타자를 가르쳐 준 후부터 달라졌습니다. '어머니'를 칠 때 나타나는 '엄'자를 '어'로 만들게 삭제 키 조작을 가르치는데 한달 넘게 걸렸고, 쉬프트키로 쌍기역을 치도록 가르치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분당 69타까지 칩니다. 누나(5학년)도 부진아이지만 100타를 넘겼고, 교과서도 더듬더듬 읽게 됐습니다".

경북도 교육청 홈페이지(www.kbe.go.kr)의 '열린마당'에 실린 '명호 이야기' 중 하나다. 명호 이야기는 봉화 청량산 기슭 강가에 자리잡은 명호초교 교사와 아동들의 동화같은 생활을 전한 것. 지난달 13일 첫 글이 올라 지난 5일 마지막 16회분이 실릴 때까지 매번 조회수가 500회에 이르면서 경북 교육계에 잔잔한 감동을 던졌다.

이 학교에서는 부설 유치원생부터 6년생까지 전교생 101명이 함께 하교한다. 통학거리가 10km를 넘는 아이들이 적잖지만 노선버스가 없고 특히 농번기엔 귀가해도 함께 놀 친구마저 부족해 학교에서 놀다 함께 가도록 한 것. 선생님도 남아 교실마다 5대씩 있는 컴퓨터를 가르치고, 도서실에서 책을 읽게 한 뒤 전교생이 함께 오후 4시 학교 버스로 하교한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온종일 학교'.

지금은 6학년생 20명이 제각기 졸업앨범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3월부터 디지털 카메라로 담은 학교 전경, 소풍·운동회 모습의 사진을 붙이고 학생 각자의 추억을 담아 A4용지 20쪽 분량의 졸업앨범을 만든다는 것. 교사들이 앞줄에 앉고 학생들이 뒷줄에 서서 찍는 사진 한 장으로는 추억을 갈무리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라고 했다.

'명호 이야기를 끝내면서'라는 마지막 글에서 류성번 교감은 이렇게 썼다. "말장난과 험담으로 얼룩진 벽면을 닦아내는 심정으로 이 글을 올리기로 선생님들과 의논해 결정했습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주장보다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해·관심을 더 발전시켜 나가길 바랍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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