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곳곳에는 원가절감 목표를 달성하자는 '뉴 챌린지 21(New Challenge 21)'과 관련한 각종 절감방안을 담은 홍보물들이 나붙어 있다. 쓸데없는 경비지출을 막을 경우 영업이익 증대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올 한해가 마무리되는 현재 포철의 이같은 경비절감 노력은 무려 3천억원의 비용축소로 나타나자 직원들 스스로도 놀라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3천억원 아꼈다=그동안 제철소 견학자들에게 인상깊은 것 중 하나는 굉음을 내고 서 있는 쇳물 수송용 기관차 소리였다. 그러나 요즘들어 이들 중 상당수는 엔진을 꺼두고 있다. 당장 움직이지도 않는 수송대기 시간에도 습관적으로 시동을 걸어두는 바람에 허비되는 연료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끼고 있던 장갑도 한번 벗어버리면 끝이고 다음에는 새 것을 끼던 직원들의 습관도 대부분 고쳐졌다. 작업반별로 헌 장갑 수거함을 설치한 뒤 씻어서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장갑소비량이 2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이밖에 각 공장에서 사용하는 방열복과 안전화, 화장실 수돗물까지 아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돼 현장에 적용됐다. 이렇게 해서 원료비는 855억원, 재료비 686억원, 기타 경비 360억원을 절감했다.
◇관심만 가지면 절감할 것은 많다=요즘 포항제철소에서 사용하는 걸레가 많이 바뀌었다. 종전에는 별도의 비용을 들여 구입했으나 버리는 면장갑을 모아 걸레로 사용하고 있는 것.또 후판부에서는 주요 설비 주변에 기계에서 떨어지는 윤활유 회수장치를 설치, 한달에 2드럼의 기름을 모으고 있다. 금액으로는 37만1천원에 불과하지만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이외 행정지원부에서는 소변볼때 2번씩 작동되던 센서식 세척기 감지기를 1번만 움직이게 했고 세면기 밸브 조정을 통해서도 월 14만원의 수돗물값을 아꼈다. 이같은 절감방안은 모두 현장 직원들의 반짝 아이디어가 현장에 곧바로 적용된 대표적 사례들이다.
◇4년 연속 순이익 1조원 달성=박승대 포철 섭외실장은 최근의 원가절감 운동과 관련해 "영업이익 증대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줄이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했다.올해 예상되는 포철의 순이익 규모는 1조100억원 내외. 지난해 실적보다는 6천억원 이상 줄어들게 됐지만 사상 최악의 불황시대에 이같은 이익을 냈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다. 이면에는 직원들의 '아끼기' 캠페인이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부인할수 없다.한편 포철의 이같은 절감노력 대가가 외부에 알려지자 10여개 포철 계열사는 물론 포항공단 주요 업체들이 '포철을 배우자'며 벤치마킹을 시도하는 등 IMF사태 직후 반짝했다가 사라졌던기업들의 절감운동이 다시 불붙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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