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치식당 여사장 된 이정숙씨

◈역경끝 '탐라 아주망'새출발"체면이고 자존심이고 그까짓 거 아무 것도 아니데요".

한때 잘나가는 사장 '사모님'에서 '넉살좋은 갈치집 주인'으로 팔을 걷어붙인 이정숙(45.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 금속가공업체 사장이었던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과 재산 탕진, 창업 실패로 이어진 악몽을 딛고 일어선 그에게 신사년(辛巳年)은 그래도 희망이었다.

"97년 여름,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평소 건강하던 분이라 너무나 충격이 컸죠. 남편은 갔지만 남겨 준 재산덕분에 생활 걱정은 안했어요".고교생 딸을 책임져야 했던 이씨는 주식에 손을 댔고 3년만에 6억원을 날린 뒤에야 자신이 빈털터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고깃집을 열었지만 이 마저 실패해 지난해 여름 폐업신고를 했다.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젠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다시 창업을 계획했죠. 시장조사를 해 보니 현재 있는 가게터 부근엔 '갈치집'이 없더군요. 대구시내 갈치집은 모두 누비고 서울에도 수십차례 다녀왔어요. 쏟은 차비만 수백만원이 넘습니다".

이씨는 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의 실업자 창업자금 3천500만원을 대출받고 다른 곳에서도 자금을 끌어 모아 상인동에 30평 규모의 '탐라 아주망 갈치집'을 열었다. 꼼꼼한 사전준비에다 자존심을 파묻은 '서비스 공세'에 손님은 외면하지 않았다. 하루 평균 매출 50여만원. 근로복지공단도 보기 드문 '성공사례'라며 놀랐다. 이씨도 2년안에 빌린 창업 자금을 모두 갚을 수 있을 걸로 보고 있다.

"아는 사람이 식당에 오면 처음엔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러나 '용기' 앞엔 그런 부끄러움도 무릎을 꿇데요". 이씨는 자신이 끓이는 갈치 냄비 속에 '땀'이라는 조미료가 듬뿍 들어있다며 활짝 웃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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