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 이라크와 함께북한을 '악(惡)의 한 축'으로 규정하는 등 연이어 강도높은 대북경고를 발한 것을 계기로 미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는 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달 20일의 한미 정상회담이 향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다지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연이은 미국의 대북경고=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경고 이후 미국은 연일 북한 정권에 대한 경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국정연설에 이어 31일 플로리다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북한 등에대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부시는 "테러와 악의 협박을 좌시할 수 없다"면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반발=지난해까지 부시 행정부를 비난하면서도 대미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보내던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나오자 태도를 돌변, 31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은 성명에서 "근래 조미(朝美)관계의 역사에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정책연설을 통해 자주적인 주권국가인 우리나라에 이처럼 노골적인 침략위협을 가한 적은 없다"면서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맹비난했다.
◇미국의 의도=지난해 6월 미국의 북미대화 재개 제의 이후 진전이 없는 북미관계가 대북강경발언을 몰고 왔다는 분석이 있다.
핵, 미사일, 재래식군비 문제 등 대북 3대 의제를 제의한 뒤 "북한이 원하는 대로 언제 어디서든 전제조건없이 대화하겠다"고까지 미국이 물러섰지만 북측의 여전한 '무응답'이 공화당 행정부의 대북 불신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제시한 북한 핵사찰 데드라인이 시간이 갈수록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미국을 압박한 것 같다. 주도권을 놓칠 경우 북한에 면죄부만 줄 수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9.11 테러사태 이후 생화학 무기,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초조감이 대북압력을 가중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미관계 전망=미국측의 대북경고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북한이 이같은 '위협'에 굴복해 선뜻 대화의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당분간 북미관계는 힘겨루기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미국내 일각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테러전쟁 이후 북한에 대한 확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상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부시 대통령이 군사행동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3만7천명의 주한미군과 10만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고,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는 지금 상황에서 상정하기 힘들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정부 대응=새해들자마자 북미관계가 급격한 긴장관계에 돌입하자 정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오는 19일 부시 대통령의 취임후 첫 방한을 계기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임기말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기대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방미중인 한승수(韓昇洙) 외교장관의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면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외무회담 등을 통해 미국의 '진의'를 탐색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의 정책변화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미국간 진지한 대화와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을 양측에 전달하는 중재역할에 더욱 주력하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정세안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미간 대북인식 차이가 간단치 않다는 점 자체가 정부가 추진중인 북미대화 중재 노력에 적지 않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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