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5일 "국민을 배반하는 정치를 방관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역량을 갖추고 국민대회합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나서면 내가 발벗고 나서서 도울 것이며 그런 사람이 없다면 나라도 나설 것"이라며 올 대선 정국에 출마 가능성까지를 포함,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경북 칠곡군의 경북과학대학에서 있은 사회교육원 정치아카데미 특강차 내려온 길에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하고 "현재와 같은 양당이 주도하는 갈등의 구도에서는 국민이 선택할 여지를 없앨 뿐"이라며 "대신 새로운 정당이 태동한다면 대단히 희망적"이라고 말해 당대당 통합 등을 통한 정계개편 보다는 신당 창당을 통한 제 정치세력의 규합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 정국을 진단하고 전망을 한다면.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러나 여야 공히 생각대로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권력투쟁의 양상이 마치 조선조 4색 붕당의 싸움을 재현하는 것 같다. 많은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대선 때까지 1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들이 대통령병 환자들의 허언과 모략 그리고 책략적 방식을 극복하고 선거혁명을 이룰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97년 신한국당 경선에 나설 때의 상황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 것 같은데.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라 전체를 포용해야 할 경상도 출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지역을 팔아먹고 은혜와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밟으려 한다.
-정계개편 논의가 활발한데 어떻게 보는가.
▲기성 정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지금의 정치권은 권력욕에 너무 집착해서 국민과 나라를 보지 않고 있다.
-내각제를 매개로 한 정계개편론도 있는데.
▲나는 내각제에 반대한다.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를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그 다음이 이원집정부제다. 현행 헌법도 운용만 잘하면 이원집정부제의 형태를 띄고 있다. 이 정신을 잘 살리면 된다. 세부적인 문제는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선거 직후 개헌작업에 들어가면 된다.
-정당을 업고 있지도 않고 세력도 미약한데 아무리 개인적으로는 폭넓은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너무 많지 않은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감이 국민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식을 무기로 한 선거혁명과 국민혁명은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여야 기성정치권에도 기존 정국상황을 거부하는 세력들이 많을 것이다.
-이회창 대세론에 대해서는 인정하는가.
▲소위 대세론이나 '반 이회창 연대'라고들 하지만 그것은 우스운 이야기다. 이 총재의 지지율도 본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현 정권 비판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다.
-일부의 정치세력들이 이 전 총리를 '대표선수'로 추대한다면 어찌 할 것인가.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이다. 또 헌신성과 서민정신 그리고 애국심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나서서 발벗고 도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라도 나설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축이 돼서 좋은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지금과 같은 동서의 분열구도 속에서는 경상도 사람이 나서 전라도를 포용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이는 영남정권론이나 영남후보론과는 다른 것이다. 지금 거론되는 유력 후보들이 집권을 한다면 또 절름발이 정권이 되고 국가의 불행을 자초할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에 대해 호감을 표시했는데.
▲다른 정당에 소속돼 있는 분에 대한 평가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애국심을 물려 받았을 것이다. 나라의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하고 단결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나의 철학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 같아 호감을 갖고 있다.
-좋은 사람이 있다면 돕겠다고도 했는데 기성 정치권에 그런 사람이 있는가.
▲구체적으로 대구.경북 사람 가운데 그런 사람이 있지만 지금은 거명할 단계가 아니다. 물론 마음의 판단은 하고 있다.
-3월중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나 혼자 조용히 살면서 자족할 수도 있지만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떤 멍에라도 지고 희생할 각오는 돼 있다. 그것이 반드시 대통령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달라.
아직 입장 표명을 할 시기가 3월이 될지 4월이 될지는 모른다. 기존 정당에서 경선을 하고 있으니까 상황을 봐가며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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