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복고적 논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한동 국무총리는 며칠 전 1988년 올림픽으로 상승하던 국운이 5공 청문회 때문에 사그라 들었다는 이상한 발언을 했다.
뒤이어 진념 경제부총리는 현재의 교육보다 일제시대 교육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한 논객은 김대중 정부의 부정부패로 미루어 볼 때 민주화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는 투의 논지를 전개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난 50여년동안 이 나라 국민들이 피땀흘려 이룬 독립국가 건설과 민주화라는 역사적 성과를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오늘날 대다수의 시민들이 나라의 정치현실이나 교육현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발언의 문맥을 깡그리 무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의 역사인식과 현실인식이 얼마나 척박한가를 생각하면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월드컵과 같은 국제행사가 열리는 때에 나라가 시끄러우면 곤란하니 박정희시대처럼 권력자가 어떤 짓을 해도 국회는 가만히 있는다? 현재의 교육체제는 일제시대의 교육체제보다 못하니 일제시대의 교육체제로 바꾼다? 민주화가 부정부패를 낳았으니 민주화를 포기하고 다시 권위주의시대로 돌아간다?
축구시합에서 상대방 골문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 백패스로 일관해서는 결코 득점을 할 수 없듯이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서 복고적 논리를 내세워서야 어찌 나라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한 나라의 지도층은 투철한 역사인식 하에 미래를 투시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대안이 고작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디지털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디지털시대란 무엇보다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삶의 환경이 끊임없이 전개되는 시대이다. 그만큼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는 시대이다. 낯익은 환경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과거에 만들어놓은 매뉴얼로도 얼마든지 삶의 환경에 대응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낯선 환경의 출현이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이다. 이같은 시대적 상황에서는 보통 사람들도 과거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얽매어 있어서는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더욱 그러하다. 지도자란 시대를 뒤쫓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갈 수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디지털시대에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낯선 환경을 헤치고 나아갈 새로운 지적 상상력이다. 복고적 논리로 대응하는 지도자는 디지털시대에 걸맞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의 정치현실과 교육현실이 국민들을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각계 지도자들이 디지털시대에 부합한 사고와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데에 일단의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정치, 아날로그 지도자가 어찌 국민들을 리드하겠는가.
준비된 대통령을 자처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육체적 연령과 관계없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실망스럽게도 그렇지 못했다. 한 마디로 아날로그 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단적으로 청와대 비서실의 운용이나 국가정보원의 운용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제 시대는 좋든 싫든 낡은 권위가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는 시대이다. 과거에 의지하여 사회를 설계하고 국민을 이끌어갈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갔다. 복고적 논리로써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국민들의 자발적인 동의와 만족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평범한 일반 시민조차도 과거의 행태나 사고방식으로 디지털사회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이 때, 지도자들이 복고적 논리에 빠져들어서야 어찌 국민들을 이끌어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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