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우체국이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통해 지역 특산물의 '온-오프라인' 물류를 담당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첨병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역 벤처기업이 개발, 특허를 획득한 '황토발 신발'의 경우 대구수성우체국을 물류기지로 삼아 2000년 4억1천600여만원(1만394건 주문)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 해 60억여원(14만9천여건 주문)으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경북체신청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사과의 매출은 8억800만원에서 66억6천만원으로, 복숭아는 220만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곶감은 19억원에서 35억8천만원으로 각각 놀라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정보통신부가 우체국을 활용, 전국 특산물의 우편주문판매를 실시한 것은 15년전. 그러나 경북체신청은 지난 해 3월 전국 최초로 우체국의 물류망과 '노-하우'를 IT(정보기술)와 접목시켜 지역의 농.수.임산물과 중소기업 우수제품 등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간 'B2C' 방식의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에게 더 많은 이윤을 보장하고 소비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품질의 물건을 쓸 수 있게 하는 '윈(win)-윈(win)' 전략이었다.
인터넷경제의 중심에 선 우체국의 가장 큰 이점은 그동안 우편물 배달로 쌓아온 물류 노-하우와 전국 2천800여 곳에 이르는 광범위한 '오프라인' 우체국망, 그리고 정부기관의 공신력. 소비자들은 경북체신청(www.gbpost.go.kr) 홈페이지에 접속, 지역특산물을 주문하면서 제품 품질에 관한 우려나 배달과정에서 지연, 파손, 훼손, 보상 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정부기관인 우체국에서 이 모든 것을 책임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생산자들도 정부기관을 통해 공급하는 제품인 만큼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전자상거래가 자리잡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신뢰'의 문제를 우체국이 보장해 주는 셈이다.
김재근 경북체신청 고객지원담당관은 "지난 한 해 동안 지역 우체국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폭증했지만, 명절 때 일부 배달이 지연된 것을 제외하면 고객들의 불만은 거의 없었다"며 "만약 뜻하지 않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기관의 명예를 걸고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북체신청 홈페이지의 '지역경제 살리기' 코너에는 벌써 대구.경북지역 189개 우체국에서 추천된 306개 품목의 각종 지역 특산물이 올라와 인기를 끌고 있다. 경북체신청은 우수한 지역특산물이 더 많이 거래될 수 있도록 올해 품목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정보통신부도 '지역경제 살리기' 코너가 더욱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인터넷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조만간 경북체신청 사이트에 제공키로 했다.
지역 우체국의 변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00년 8월 정보화기획실 기획총괄과장,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수석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형태근(45) 경북체신청장이 부임하면서 우체국이 지역정보화의 거점으로 급격히 탈바꿈한 것이다.
올해 3월 현재 대구.경북지역 408개 우체국에 '인터넷 플라자'를 설치, 지역주민 누구나 초고속 통신망이 연결된 714대의 컴퓨터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고 있다. 또 정보화 소외지역인 농어촌과 도시영세민들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예천, 청송, 봉화 등 17개 지역 우체국에서 정보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정보화의 물결은 체신청 직원과 업무수행에도 예외가 아니다. '1인 1 정보화 자격증 취득' 운동의 결실로 지난 해 말 경북체신청 4천300여 전 직원이 업무수준에 적합한 정보화 자격증 획득에 성공했고, 집배원들에게도 이미 업무용 PDA(개인휴대단말기) 125대를 지급했다.
오는 2004년까지 전 집배원들에게 PDA가 지급되면, 소포나 우편물 배달이 정확히 이뤄졌는 지 여부를 시민들이 인터넷에 접속,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등 업무 전산화가 완성된다.
형태근 경북체신청장은 "그동안 정보.통신은 주로 음성.무선 통신 서비스 중심으로 이해됐지만 인터넷의 보편화로 사회는 급변했다"며 "IT(정보기술) 발달의 의미를 정확히 읽고, 우체국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계속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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