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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랙스 영화관에 영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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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한국영화 중흥과 절정을 같이하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게 됐다. 영화를 좋아하는, 좀 더 정확하게는 한 곳의 '영화관'에서 각종 유희를 모듬스페셜로 즐기고 싶어하는 젊은 관객들의 천국이 도래한 것이다.

참고로 멀티플렉스는 복합상영관과 의미가 조금 다르다. 스크린수가 최소 5개 이상 되어야 하고, 여기다 인터넷 예매, 할인 서비스 등 부대혜택, 무엇보다 화려함과 최신식 시설로 찾는 이들을 압도해야 한다.

26일 대구에도 지역 최대 스크린 및 객석 수(2천514석, 10관)를 자랑하는 메가박스가 문을 열었다. 메가박스는 이미 서울, 부산등에서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시작, 천안문 광장에 들어선 '맥도날드' 같은 분위기로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동성로에도 이미 한일 시네마와 지난해 12월 재오픈한 아카데미 시네마를 비롯해 '만경관', 내년 상반기 '롯데시네마' 등이 멀티플렉스의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그러나 멀티플렉스가 주장하는 '다양한 영화에 대한 넓은 선택의 폭'에도 불구하고, 웬만하면 이런 식의 순진한 기대를 갖지 않았으면 한다. 거액을 투자한 멀티플렉스이기에 '투자한 만큼 뽑는다'는 기본은 더더욱 철저하다.

필자 친구의 푸념. 평소 극장에서 보려고 별러 왔던 영화 '공각기동대'를 보러 대구시내 한 극장을 찾았는데 마지막 상영시간이 오후 8시로 이미 끝난 뒤였다나. 기존의 단관극장에서 6관, 7관, 10관까지 스크린 수는 늘어났지만, 작가주의 영화나 평론가들의 별 세례를 받은 영화는 간판도 걸지 못하는 수가 많다. 흥행작은 2, 3관에 걸쳐 개봉되면서. 다양한 영화를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다는 멀티플렉스의 덕목이 무색한 대목이다.

대형 쇼핑몰과 함께 위치한 멀티플렉스에서 심야영화를 본 관객들은 쇼핑몰 시간이 끝나 불이 다 꺼진 컴컴한 극장을 내려와야 한다. 착한 관객들에겐 영화가 끝난 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맥빠지게 기다리든지, 8, 9층을 걸어내려와야 하는 수고로움을 당연히 감수하는 넓은 헤아림은 필수다.

또 한가지, 똑 같이 5천500원, 6천원을 내고도 멀티플렉스를 찾은 관객들 중 일부는 작은 스크린과 비좁은 객석에 떠 밀린다. 알다시피 멀티플렉스의 각 상영관들은 스크린 크기와 객석 수의 차이가 있다. 좀 심한 곳은 '비디오 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현재 멀티플렉스의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당초 과대투자에 못미치는 관객수 때문에 상영관을 줄이거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고민을 겪고 있다고 한다. '양이 아니라 질이 우선'이란 기본을 새삼 떠 올린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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