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선택 어떻게-유명세보다 자신의 학력수준 맞춰야

고교 평준화, 입시 과열, 줄세우기식 입시와 대학 서열화 등 다양한 교육·사회적 요인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공교육 부실과사교육 팽창이라는 암울한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염려하며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자녀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구조를 벗어나기 힘들다. 오히려 사교육의 어떤 부분에 내 아이를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으로 끙끙거려야 할 상황이다.

교실을 살펴보면 수업에 만족해하는 학생들은 찾기 힘들다.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진도나 깊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하위권은 어떻게 가르치든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위권은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심화학습을 하기 위해 학원에 다녀야 하고,중·하위권은 학교 수업에서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 기초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나갈 수밖에 없다.학습지도나 입시와 관계되는 학원은 어찌보면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없어도 되고 안 다녀도 된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학생들에게는 피하기 힘든 엄연한 현실이다. 학원은 학원대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있는, 정당한 그리고 법적으로 보장된 사회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한다.

무수한 정보와 주장이 범람하는 정보화 시대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수요자는 자기가 필요한 분야에서 옳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지혜와 안목을 가져야 한다. 학원 선택도 마찬가지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학원 선택은 장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 잘못된 학원 선택은 창의력을 말살하거나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게 하거나 수동적인 생활 습관을 갖게 해 결국에는 지적인 홀로서기를 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학원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짚어본다.

◇종합반과 패키지 강좌

중학생을 상대로 하는 강좌 중에 전과목을 묶어 학교처럼 가르치는 종합반이 있다. 고등부에서는 사회탐구나 과학탐구를 패키지로 묶어 강의하는 곳이 많다.

이런 강좌는 기초실력이 부족하고 스스로 시간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선호하지만 여러 과목을 묶어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자신 있는 과목이라도 같이 신청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고등부강좌에서 사회탐구나 과학탐구를 묶어서 강의할 경우 대개 일주일에 두 세 번밖에 강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실속이 없고 깊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고등부의 경우 해당 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학생은 패키지 강의를 들으며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득점을 목표로 할 경우 취약한 과목을 한 과목씩 단계적으로 수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파르타식과 아테네식

스파르타식 지도 방법을 선호하는 학원은 수강생들의 학습관리와 생활관리를 철저하고 빈틈없이 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계획한 만큼 반드시 성취하게 하는, 다시 말해 완전학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부모의 양해 하에 체벌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학원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어 많은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학습활동이 타율적이고 강압적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홀로서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습과 생활 면에서 수동적인 습관을 갖게 할 위험이 있고, 실질적인생산성보다는 형식과 겉치레에 치중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유형의 학원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열심히 하다가 곧 공부가 시들해지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이런 지도 방법 때문에 공부에 염증을 느낀게 된 경우이다.

아테네식 학원은 가능한 한 학생이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도록 유도한다. 상위권 학생들이 이런 학원을 선호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학생들이 나태함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구체적인 학습 목표를 따라가면서도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 때 목표는 달성될 수 있다.

공부하는 습관이 제대로 들지 않은 학생에겐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학생과 학부모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생활을 자율적으로 이끌어 가기란 힘든다.

그렇다고 매사를 타율적인 강요로만 할 수도 없다. 청소년기에는 타율적 강제와 자발성이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학원도 이 두 요소를 잘 조화시키는 곳을 선택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룹지도와 개인지도

과외금지 조치가 해제된 이후 많은 학원들이 소수정예를 표방하고 있다. 맨투맨 식으로 철저하게 지도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가 강의 내용과 학생관리는 다수를 상대로 하는 강의와 별 차이가 없으면서 수강료만 비싼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강의의 질적인 차이는없으면서 단순히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그룹지도와 개인지도 반을 만들어 고가의 수강료를 받는 학원도 적잖다.

학생과 학부모는그 차이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정상적인 수강료를 받으면서도 알찬 강의를 하는 학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지도로 인해 피해를 입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예상외로 많다. 개인지도는 고액 과외가 많기 때문에 피해를 입고도 공개적으로 하소연하기 힘들어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브로커를 동원해 과대선전을 하는 사람들을 주의해야 하며 지역의 유명 인사나 여러 학교의 우수 학생을 들먹이며 자기가 지도했다고 과시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적중률이 높다거나 족집게라고 하는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